355조 우주개발 '주인공' 된 벤처들
오는 26~30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는 세계 최대 우주 축제인 국제우주대회(IAC)가 열린다. 올해로 67회를 맞은 IAC는 애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우주 기관과 과학자가 주도했다. 올해는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와 버진갤럭틱의 조지 와이트사이드 CEO, 블루오리진의 롭 메이어슨 CEO 등 세계 주요 우주 벤처기업인이 총출동한다.
355조 우주개발 '주인공' 된 벤처들
◆새 키워드 ‘뉴스페이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전략본부장은 IAC의 변화에 대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선 저가(低價) 우주여행, 저가 발사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민간 우주 벤처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뉴스페이스(New Space)’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뉴스페이스란 쉽게 말해 민간이 주도하는 저가 우주개발산업을 뜻한다. 미국 우주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우주 경제 규모는 3220억달러(약 355조원)로 이 중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예산은 750억달러(약 83조원)로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미국 정부도 NASA가 주도한 우주개발 방식에서 점차 벗어나 민간 투자를 이끌고 저가 발사체를 확보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급품을 나르는 상업궤도운수서비스(COTS)와 화물수송서비스(CRS)는 저가 발사체를 민간이 제작하고 발사비를 NASA가 대는 대표적 민관협력사업(PPP)이다. NASA는 위성서비스와 행성 간 소형위성 운영, 심우주 화물 수송 분야로 민간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IT 공룡들 용감한 엔젤로 나서

민간 주도 우주개발은 신생 벤처와 용감한 엔젤 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재활용 로켓 팰컨9의 폭발 사고로 실패를 맛봤지만 11억9000만달러(약 1조3131억원)의 투자를 받은 가장 촉망받는 ‘벤처의 유니콘’으로 불린다. 인공위성 600개를 띄워 지구 전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구상을 하는 원웹과 위성을 대량으로 띄워 지구 정보를 수집하는 플래닛랩, 지도 정보를 구축하는 맵박스, 인공위성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신개념 안테나를 개발한 카이메타 등도 유망 우주 벤처로 손꼽힌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우주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도 눈에 띈다. 방위산업컨설팅 업체 타우리그룹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우주 벤처에 돈을 댄 투자자 가운데 엔젤 투자자 비중은 27%로 벤처캐피털 다음으로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우주 벤처에 투자한 유명 IT 인사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도 우주산업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조너선 놀리스 미국 오토데스크 연구원은 지난 6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AI가 기계학습을 통해 스스로 기계를 설계하는 생성적 디자인이 우주산업에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NASA와 ESA는 미래 달이나 화성에 지을 거주지와 우주선 부품 설계에 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IT 강점 살려 우주산업 도전을

우주정책 전문가인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 인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소규모 자본으로 시장진입이 가능한 다양한 우주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2013년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을 내놓고 발사체와 위성, 위성 영상 기술의 이전과 산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우주항공 회장)은 “한국은 우주 개발 후발주자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집적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에 도전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우주산업도 같은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