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이 2010년 필러 전문 바이오 벤처기업 휴메딕스(옛 HVLS)의 인수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적자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벤처기업을 매출 1000억원도 안 되는 회사가 인수합병(M&A)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인수 4년 만인 2014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휴메딕스는 지난해 매출 421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보수적인 경영 탓에 M&A조차 흔치 않은 국내 제약업계에 휴온스의 과감한 M&A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의 승부수 "공격적 M&A로 바이오 영토 확장하겠다"
◆잇단 M&A로 사업영역 확장

중견제약사 휴온스 등을 거느린 휴온스글로벌이 M&A 승부수를 잇따라 띄우고 있다. 지난 5월 건강기능식품 청호네추럴을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농·축·수산 소재 바이오 기업 바이오토피아를 사들였다. 의약품 등 레드 바이오 분야에서 식품 등 그린 바이오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5월 지주사로 전환한 휴온스글로벌이 M&A로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토피아는 사료첨가제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사료첨가제는 가축의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사료에 넣는 첨가제다. 소화력을 키우고, 병원균을 줄이는 등의 기능이 있다. 인수 지분과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바이오토피아의 기업 가치를 30억~50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린 바이오 시장 본격 진출

휴온스글로벌이 바이오토피아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말 ‘비전 3·6·9’를 선포한 윤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전 3·6·9는 2025년까지 △3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6개 혁신적인 신약 개발 △9개 히든챔피언(강소기업) 확보를 의미한다. 윤 부회장은 비전 3·6·9를 발표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룹의 핵심인 제약사업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는 데 M&A가 효과적이라는 게 윤 부회장의 판단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부회장은 “인류 건강을 위한 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토털 헬스케어 그룹을 지향하고 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지주사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시장 정조준

윤 부회장은 ‘제2의 창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온스는 1965년 설립된 광명약품공업사가 전신이다. 한국IBM에 다니던 윤 부회장은 부친인 고(故) 윤명용 회장의 요청으로 1992년 입사했다. 윤 회장이 별세한 1997년 대표를 맡았다. 당시 매출은 100억원도 안 됐다. 윤 부회장은 2003년 휴온스로 사명을 바꾸는 등 글로벌 바이오·제약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잡았다. 대용량 비타민C주사제, 점안제(인공눈물), 치과용 국소마취제 등에 특화해 휴온스를 지난해 매출 2000억원의 중견 제약사로 키워냈다.

윤 부회장은 휴메딕스를 시작으로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과감하게 M&A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M&A한 뒤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초 인수한 청호네추럴은 휴온스내츄럴로 이름을 바꾸고, 생산시설 증설에 나섰다. 주름 개선 및 보습 효과가 있는 허니부시 추출물을 가공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