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삼성전자가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 올 하반기 반기 최대 규모인 1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첨단 부품에서 경쟁사와 확실한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다. 이들 부품은 그 자체가 주력 품목이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TV 등에 공급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2일 “변화무쌍한 정보기술(IT) 사업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추천 사유를 밝혔다.
삼성전자 의사결정 더 빨라진다…하반기에만 17조 이상 초대형 투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타이밍 산업’이다. 앞서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대신 조금이라도 늦으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른 건 이런 ‘업의 개념’에 따라 최적의 투자 시점이 왔을 때 큰 돈을 퍼부어 경쟁사를 제쳤기 때문이다. 초대형 투자엔 책임 있는 오너의 결정이 필수적이다. 이 부회장은 2010년 이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고 2014년부터는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메우며 실적 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어왔다는 게 이사회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6조원 이상을 설비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7월 “올해 투자액이 작년(25조5200억원)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3D 낸드와 OLED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이곳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작년 동기(13조1600억원)보다 적은 8조8000억원을 썼지만 하반기 에 1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투자는 3D 낸드, OLED에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의 반도체 16라인 일부를 3D 낸드용으로 전환 중인 데 이어 17라인 2단계 공장에도 3D 낸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조만간 장비를 반입해 연말께 가동할 계획이다. 또 연말 건물이 완공될 평택 공장(1단계 월 10만장 규모)에서도 3D 낸드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경쟁사보다 1~2년 기술이 앞선 3D 낸드에 막대한 투자를 해 도시바 마이크론 등 경쟁사뿐 아니라 새로 시장에 뛰어든 인텔과 중국 XMC 등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증산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해온 이 회사는 올초 애플과 내년 출시될 아이폰용으로 OLED 패널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그동안 5.5세대 A2 라인에서 월 15만장(플렉서블 포함), 6세대 A3라인에서 월 1만5000장 규모를 생산해왔는데 애플과의 공급 계약으로 비슷한 규모의 증산이 필요해졌다. 현재 월 6만~7만5000장 규모의 설비를 증설 중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투자 규모가 내년까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