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름동은 ‘세종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학원들로 꽉 찬 상가가 올초 문을 열자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공무원이 대거 몰리면서 붙여진 별칭이다. 학원 인근 초등학교들은 과밀학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담초등학교만 해도 2014년 개교 당시 24학급 규모였지만 지금은 61학급으로 불어났다. 적정 수용 규모(600명)보다 두 배를 넘는 1500명의 학생이 다닌다. ‘사교육의 저승사자’를 자처하는 교육부 관료들조차 ‘등잔 밑(세종시)’의 사교육 열풍은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사교육 열기는 광풍 수준이다. 정부가 획일화된 교육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지만 그때마다 사교육은 도리어 창궐한다. 교육부가 창의형 교육을 강조하자 서울의 대형 학원 사이에선 “시장에 내놓을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대표적인 게 대입 수시전형이다. 수시전형은 단 한 번의 시험 성적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폐단을 막고 다양한 재능과 소질을 가진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3~2015년 서울시내 학원 및 교습소 숫자를 집계했는데 논술학원은 743개에서 1091개로 47%, 입시 컨설팅 학원은 40개에서 72개로 8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학입시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66.2%에서 70.5%로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수시전형 비중이 높아진 게 오히려 컨설팅이나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을 가르치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키운 꼴”이라고 지적했다.

입시의 영향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내놓은 고등교육 정책도 무력화되기는 마찬가지다. 2004년 도입된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치전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뽑아 기초의학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많은 이공계 대학생이 연간 수백만원씩 수강료를 내며 의·치전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등 ‘제2의 의·치대입시’로 변질됐다. 결국 2009년 전국 27곳이었던 의전원은 올해 4곳으로 줄었다. 서울시내의 한 의대 학장은 “3000명에 이르는 의전원 출신 중 기초의학을 하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도 결국 사교육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