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혼술남녀’ 캡처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혼술남녀’ 캡처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바쁜 하루끝에 마시는 술 한 잔, 나 혼자만의 시간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며, ‘내일도 힘내’ 하는 응원이다.”

제대로 된 공감·힐링 드라마가 탄생했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tvN ‘혼술남녀'(극본 명수현, 연출 최규식)에서는 노량진 학원가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특히 이날 펼쳐진 노량진 스타 강사 진정석(하석진)과 신참 강사 박하나(박하선)의 상반된 하루는 결국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로 하나되며 공감을 자아냈다.

팬카페 회원수만 10만 명,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수익을 자랑하는 진정석이 혼자 고깃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감정 소모할 필요 없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시각 환영회 겸 회식으로 원장 김원해(김원해)를 비롯한 선배 강사들의 비위를 맞추며 폭탄주를 제조하고 춤을 춰야했던 박하나의 삶과 대비됐다.

박하나는 대학생 시절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면서 떠안게 된 빚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결국 자신의 공부에 힘쓰기 보다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를 하며 오로지 돈을 위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박하나는 “이 나이가 되면 버젓한 직장인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내일은 또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라고 자문하며 대한민국 20대와 30대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같은 시각 공시생 동영(김동영)과 기범(샤이니 키), 그리고 노량진 입성을 고민 중인 공명(공명) 역시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 시험에 불합격한 동영을 위로해주기 위해 마련한 술자리에서 “공시생이면 공부나 하라”는 취객의 시비에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술에 취한 동영을 고시원에 데려다 준 공명은 좁은 방 가운데 선 기둥에 의아해했다. 이에 기범은 “기둥이 있어서 이 방이 다른 방보다 싸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범은 공명에게 “아무래도 고시원은 고문 기술자가 설계한 것 같다. 천국과 지옥을 판자떼기 하나로 나눠놨다. 여기 있으면 희노애락이 다 들린다”고 말했다. 공명 역시 “공시생들 마음 고생 많은 건 텔레비전에서 본 거랑 똑같다”고 답했다. 기범은 공명에게 “마음 정했냐”고 물으며 “노량진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생각 잘 해라”라고 조언했다. 만남을 끝내고 헤어진 뒤 기범은 자신의 집 앞에서, 공명은 편의점 앞에 홀로 앉아 술을 마셨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다사다난했던 첫 출근일을 보낸 박하나는 집 앞에서 소포를 발견했다. 소포의 정체는 고향 어머니가 보내온 밑반찬들. 박하나는 어머니가 “한국인은 밥심인 것 알지? 엄마가 해줄 게 이것밖에 없다. 미안해”라고 적어 보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다. 이윽고 더운 날씨에 다 쉬어버린 반찬들을 확인하며 “다 버려야겠네”라고 애써 태연한 척 하는 박하나의 모습이 안방극장을 울렸다. 박하나는 딱 하나 상하지 않은 반찬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캔의 여유를 즐겼다.

이어 “혼자 마시는 술은 힘든 하루를 보낸 나를 위로해주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 시달린 우리는 술 한 잔만이라도 마음 편히 마시고 싶어 혼자 마시기도 하고, 앞이 안 보이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골치 아픈 걱정거리를 내려놓기 위해 혼자 마시기도 한다”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혼술남녀’는 저마다 다른 이유이지만, 각박한 삶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가 필요해 ‘혼술’을 즐길 수 밖에 없게 된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하는데 성공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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