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하루 이상 사료를 안 먹으면 관리자의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알림이 울립니다. 그럼 어디가 불편한 건지, 아픈 데는 없는지 살피러 가죠.”

지난 5일 경기 이천에 있는 돼지농장인 선진제일종축에서 만난 조승현 생산팀장의 말이다. 그는 “40대의 폐쇄회로TV(CCTV)와 관리시스템 등을 이용해 돼지 2만여마리의 상태를 24시간 살피고 있다”고 했다. 제일종축은 1만마리 이상 돼지를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 중 처음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는 동물이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영국, 네덜란드 등 축산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규정을 제정해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복지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달걀을 시작으로 돼지(2013년), 닭(2014년), 한우·젖소(2015년) 등으로 확대됐다.

제일종축이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사료다. ‘에스라인 관리법’이란 시스템을 개발해 돼지가 지나치게 살이 찌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개체별로 사료량을 조절한다. 돼지들에겐 각각 칩이 달려 있어 먹이통에 머리를 넣으면 이를 인식해 필요한 양만큼만 사료를 공급한다. 바닥도 돼지의 배설물이 뭉치지 않고 그때그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온도 습도 등도 자동 조절된다. 돼지들이 지내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돼지를 한 마리씩 감금형 우리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운동장형 군사에서 지내게 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불필요한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선진은 8일 민간업체로는 처음 동물복지 돼지고기 브랜드 ‘바른농장’을 선보인다. 선진은 하남스타필드 이마트를 시작으로 수도권 이마트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천=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