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신형 무라노를 출시하며 '쥬크-캐시카이-무라노-패스파인더'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을 완성했다. 북미시장을 겨냥해 지난 2002년 선보인 무라노는 닛산의 아이덴티티인 역동성에 일본 브랜드 특유의 정숙성을 더해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2006년 부분변경을 거쳐 2008년 2세대가 등장했다. 전 세대에 이어 VQ 엔진과 무단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형성했고, 도심형 SUV로 역동의 주행감성도 유지했다.

이번에 내놓은 신형은 완전변경을 거친 3세대다. '움직이는 스위트룸'을 컨셉트로 과감한 디자인과 넓은 실내공간, 강화된 편의 및 안전품목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동력계 역시 눈에 띈다. 디젤 SUV 중심의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무라노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디자인
새 차는 길이 4,900㎜, 너비 1,915㎜, 높이 1690㎜다. 중형 SUV임에도 덩치가 제법 크다. 국산 중형 SUV의 대표격인 현대자동차 싼타페를 모든 수치에서 압도하며, 윗급인 맥스크루즈와 비교해도 폭이 넓다. 2,825㎜에 달하는 휠베이스 역시 동급 경쟁차종을 뛰어넘는다. 덕분에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외관은 기존의 과감함을 계승하면서 스포츠 세단인 맥시마 디자인을 다수 채택했다. 전면은 닛산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은 'V-모션 그릴'의 존재감이 크다. 부메랑 LED 헤드 램프와의 조합은 닛산이 본격 활용하는 디자인 요소로, 앞서 부분변경을 거친 알티마에서도 적용한 바 있다. 후면은 볼륨감을 강조했다. 뒷유리와 연결하는 부메랑 시그니처 램프가 전체적인 디자인 통일감을 유지한다. 사각 형태의 듀얼 머플러 등도 감각적인 요소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무라노가 여타의 중형급 SUV와 디자인면에서 차별되는 요소는 측면이다. 이른바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4,900㎜에 달하는 길이에도 과감한 펜더 및 캐릭터 라인을 통해 덩치에 맞지 않은 역동성을 살려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외관과 달리 실내는 다소 보수적으로 패키징했다. 외관에서 받은 인상이 실내까지 연결되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다. 시트를 포함해 실내 곳곳에 쓴 가죽 질감의 수준이 높다. 또 우드트림의 경우 보통 젋은 감성과 어울리지 않는 소재로 인식하지만 무라노에서는 도어 패널과 기어박스, 센터콘솔 등에 적절히 사용했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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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는 하이그로시 소재를 채택했다. 지문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메탈 테두리와 잘 어우러져 고급스럽다. 8인치 디스플레이는 넓은 실내공간을 감안하면 작다는 느낌을 준다. 낮은 해상도 역시 아쉽다. 계기판 중앙에는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에너지흐름도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시인성도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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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과 2열 모두 저중력 시트를 적용했다. 앉아 보면 처음에는 특별한 차이를 느낄수 없지만 장거리 운전을 통해 진가를 발휘한다는 게 닛산의 설명이다. 설계단계에서 미국 나사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2열 시트의 경우 트렁크 우측에 마련한 버튼으로 접을 수 있으며, 무선 키나 전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는 파워 리프트 게이트 기능은 실용성이 뛰어나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구형보다 40% 길어져 실내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계폐율도 약 30% 높였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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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고 233마력, 최대 33.7㎏·m를 내는 4기통 2.5ℓ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과 20마력, 16.3㎏·m의 15㎾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인 엑스트로닉 CVT를 결합했다. 합산출력은 최고 253마력이다. 인피니티 QX60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이다.

출발하면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에 시작부터 힘이 느껴진다. 주행중 가속 페달을 밟으면 확실하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기존 2세대 3.5ℓ보다 배기량은 작아졌으나 힘은 더 커진 느낌이다. 덩치에 비해 치고 나가는 파워가 대단하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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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모터의 힘은 미미하다. 정지 상태에서 전기모터만으로는 출발이 버거운 수준. 하이브리드 개입이 드물다는 것인데, 계기판에 EV 모드가 뜨지만 가속 페달에 살짝만 발을 올려도 모터의 개입이 없어진다. 효율은 ℓ당 11.1㎞다. '하이브리드'임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기존 가솔린과 비교하면 약 35%나 개선했다. 덩치를 생각해도 준수한 수치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무거운 편이어서 저속에서는 컨트롤에 힘이 좀 들어간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은 코너에서 큰 덩치를 단단히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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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적용한 만큼 정숙성은 탁월하다. 고속에서 노면소음은 약간 있지만 풍절음은 잘 억제했다. 서스펜션은 중후하다. 잔진동까지 걸러내지는 못하지만 방지턱같은 곳에서의 느낌은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총평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세단을 넘어서서 다양한 세그먼트에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SUV의 경우 효율을 내세우는 토요타와 렉서스가 있지만 닛산의 경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보조로 활용한다. 무엇보다 SUV의 기본목적에 부합하는 공간활용성 및 실용성 각종 편의장치, 또 슈퍼차저 엔진의 탁월한 주행성능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의미다.

5,490만 원이라는 판매가격이 시장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지 지켜봐야겠지만 '하이브리드'라는 편견을 벗고 제품을 바라본다면 패밀리 SUV로서 제품력은 충분하다. 2세대까지 인정받은 '닛산의 역작'이라는 명성이 3세대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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