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엘리자베스·유텐헤이그=연합뉴스) 김수진 특파원=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자동차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 110억란드(약 8천862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남아공 자동차산업에서 최근 40년 동안 가장 큰 투자액이다. 남부 항구 도시 포트엘리자베스에 설립될 BAIC의 생산기지는 2027년까지 연간 최대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BAIC는 남아공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아공에는 이미 도요타, 폴크스바겐, 벤츠, 비엠더블유(BMW), 지엠, 닛산, 포드 등 세계 최고 자동차들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64%를 점하고 있으며 ,'메이드인 남아공' 차량을 아프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 148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 남아공산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0.68%로 1%가 채 되지 않으며, 침체된 내수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지엠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이스턴케이프주(州)를 찾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남아공에 생산기지를 둔 이유를 들어봤다.

◇ VW, 도요타, 벤츠, 지엠, BMW, 닛산, 포드 등 남아공에 생산기지…현대차도 "예의 주시"
지난 2일(현지시간) 포트엘리자베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유텐헤이그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는 폴로 비보(Polo vivo) 생산 공정 중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폴크스바겐의 대표적인 소형 해치백 모델인 폴로와 폴로 비보는 남아공의 '국민카'나 다름없다. 폴로와 폴로 비보는 51만8천912㎡ 규모의 이 공장에서 각각 매 2분38초, 6분마다 마지막 조립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1951년 비틀 생산을 시작으로 남아공 유텐헤이그 공장을 가동했다. 지난해까지 이 공장에서만 337만5천334대를 생산한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남아공 승용차 부문 시장점유율(22%) 1위를 기록했다.

남아공 폴크스바겐의 홍보담당자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있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전체 시장과 다른 대륙으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유텐헤이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폴크스바겐은 이미 이곳에서 생산한 폴로 차량을 인근 포트엘리자베스 항구와 응쿠라 항구 등을 통해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생산 설비를 늘리기 위해 45억란드(약 3천624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남아공 내에서 투자를 늘린 자동차 회사는 폴크스바겐뿐만이 아니다. 남아공 BMW는 지난해 11월 차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3 생산을 위해 하우텡주 공장에 60억랜드(약 4천833억원)를, 지난 4월에는 포드가 새로운 SUV 생산을 위해 프리토리아 내 조립 공장에 25억랜드(약 2천13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자동차제조자협회(NAAMSA)는 남아공에 생산기지를 둔 주요 7개사가 지난해 투자한 자본적 지출(Capex)이 총 660억랜드(약 5조3천166억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한편, 현대차는 남아공에 직접 투자 생산 공장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2014년 9월부터 하우텡 베노니 지역에서 현지 업체를 통한 조립 방식으로 트럭을 생산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승용차나 추가적인 생산 확대는 예정돼 있지 않다"며 "향후에 기회가 된다면 남아공에서의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시장 잠재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남아공, 1990년대부터 자동차산업육성정책…최근 中 투자 잇따라
이곳에 진출한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들이 남아공의 경기 침체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남아공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자동차산업 육성계획 덕분이다. 남아공 정부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자동차산업개발계획(MIDP)을 시행한 데 이어 2008년 새로운 자동차산업육성프로그램(APDP)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시행되는 APDP는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관세 혜택, 투자금액 환급 등을 골자로 한다. 남아공은 이 정책을 통해 남아공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연간 120만대로 늘리고 세계 자동차 생산시장에서 점유율 1%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항구 인근 지역에 산업개발구역(IDZ)을 만들어 통관 편의, 원·부자재 수입 무관세 혜택, 부가세 면제 혜택 등을 제공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자동차 기업을 유치하는 데 관심이 많다. 특히, 포트엘리자베스에 있는 1만1천㏊ 규모의 코에가 IDZ에는 이미 2014년부터 중국 제1자동차그룹(FAW)이 연간 최대 트럭 5천대, 승용차 및 경상업용 차량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조립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8천8억 상당의 투자를 확정한 BAIC 역시 코에가 IDZ에 자리를 잡는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아프리카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성장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아공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금융이나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잘 마련돼 비즈니스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을 이용하면 여러 나라 국경을 지날 필요가 없고 비용도 저렴한데, 일대에 항구가 두 개나 있어 동, 서, 중앙아프리카 어디로든 물건을 보내기가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코에가 IDZ를 운영하는 코에가개발회사(CDC)의 템빈코시 마두나는 "코에가 IDZ에서 항구까지 불과 4㎞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전기, 물 등 유틸리티도 매우 안정적으로 공급된다"고 말했다. 또한 "남아공의 높은 실업률 때문에 투자자가 많은 인원을 고용할수록 임대료를 대폭 낮춰주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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