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술 대신 예술에 취한 중년 남성들
공연장, 미술관 등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예술을 향유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예술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면서다. 격조 있는 취미로 예술을 선택한 이들은 교육을 통해 감상의 질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지난 8월 말 가을학기 정규강좌를 시작한 예술의전당 아카데미는 2100여명이 일찌감치 등록을 마쳤다. 1988년 개관 이후 29년째 문을 열고 있는 이곳은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봄, 가을 정규학기와 여름 특강을 비롯해 연간 210여개 강좌가 개설된다. 개원 이후 수강생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 2015년 965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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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대로 보면 5060세대가 가장 많다. 시간대로는 오전 강좌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은퇴세대, 그중 남성 회원의 급증이다. 퇴직 이후 갈 곳을 찾지 못하던 이들이 예술 아카데미를 ‘놀이터’ 겸 ‘인생학교’ 삼아 다니기 시작하면서다. 오전 일찍 회사 대신 예술 아카데미로 출근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출석도장을 찍는 회원이 있다”며 “전통적으로 중년 여성이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새 남성 회원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인가 강좌에도 트렌드가 있다. 요즘 대세는 단연 인문학 강좌다. 한 미술사 강의는 수강생이 차고 넘쳐 대기자가 줄을 잇고 있다. ‘체험’ 강좌도 눈에 띈다. 한 학기 동안 직접 성악 레슨을 받고 발표회로 마무리하는 성악교실과 전문가에게 연기 지도를 받고 연극 무대에 서 보는 연기 강좌가 대표적이다. 이곳 성악교실은 전체의 60%가 남성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예술교육은 미술관, 공연장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 아카데미가 시작이었고, 점차 전국 미술관과 갤러리, 크고 작은 공연장, 지방자치단체 및 백화점 문화센터, 사설 아카데미 등으로 확산됐다. 문화예술 수요가 커지면서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생긴 이후 학교 중심의 예술 교육이 강조됐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민 예술대학’을 통해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예술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오페라, 발레, 문학, 미술, 연극 등은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깊이있는 감상이 가능해진다. 공부 의지를 다지게 하는 매력있는 콘텐츠는 중년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힐링’의 방법으로도 유용하다.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압구정역 인근에 있는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의 한 수강생은 “전문가 설명을 들으면서 제대로 공연 한 편을 보면 1주일간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라며 “음악감상실은 일상에서 누리는 최고급 리조트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라리오미술관 관계자는 “일반 관람객을 위해 주로 전시와 관련된 미술사 강좌나 작품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예술 아카데미 수강생이 늘어날수록 전시 및 부대시설(외식, 뮤지엄숍)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머니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