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면서 서울 여의도 본사에 있는 직원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금융당국과 이사회의 결정 등을 언론보도를 예의주시하면서 삼삼오오 사무실과 복도에 모여 굳은 표정으로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등 온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진해운의 한 직원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는데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닥치니 믿기질 않는다"며 "한마디로 착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설마 법정관리까지 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직원들이 받은 충격이 더 크다"며 "자구안을 제출할 때만 해도 일말의 희망이 있었는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30일 채권단의 지원 불가 방침이 내려지자 31일 이사회를 거친 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숨기지 않았다.

한 직원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을 회사가 충실히 이행했고 최근엔 선박금융 유예와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에 당혹스럽다"며 "결과론적으로 채권단이 애초에 한진해운을 살릴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준이 뭔지, 다른 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 판단인지 잘 모르겠다"며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긴다고 하는 데 오랜 구조조정으로 남은 알짜 자산이 있을지, 무엇을 넘긴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1위의 국적 선사가 법정관리, 청산을 길을 걷게 되면서 해운업계에서도 안타까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어려움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8년간 지속해 왔는데 정부는 이제서야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해운업은 국가 기반시설인데 정부, 기업 모두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적기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