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지일주가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yejin0214@
배우 지일주가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yejin0214@
여자친구가 있는데 클럽에 가고 그녀에겐 이해를 강요하며, 그녀의 친구에게까지 그냥 ‘호기심’으로 들이댄다. 여자친구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폭력을 휘두르고 납치에 감금까지 저지른다. 최근 폭넓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종영한 JTBC 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 속 ‘고두영’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이 나쁜 놈인 것을 알면서도 나쁜 짓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더 나쁜 고두영을 연기한 배우 지일주는 ‘나쁜 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며 여자들을 브라운관 앞에서 대동단결하게 만들었다. 마치 ‘고두영을 만났던 여자들의 모임’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고두영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에 공감하며 분노했다. 정예은(한승연)을 끌어내리는 장면에서는 감독조차 ‘저 쓰레기’라고 추임새를 넣을 만큼 몰입도 높은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지일주를 만났다.

10. 고두영으로부터 벗어난 소감이 어떤가.
지일주: 종방연 때 한승연이 그러더라. ‘전 남친 잘 가.’ 촬영할 때는 남친님, 여친님이라고 부르다가 ‘전남친’이라고 하니까 좀 씁쓸하더라.(웃음) 사실 난 고두영의 결말에 대해서도 수긍하고 있었고, 홀가분하다고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 남친’하니까 버림 받은 느낌이 들었다.

10. 집착하는 연기를 했었으니 더욱 그랬겠다.
지일주: 어마어마한 집착이었다. 또 스스로 집착이란 것을 무서워하기도 한다.

10. 연애할 때 집착해 본 적이 있나.
지일주: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집착했던 적이 있었다. 누구나 한번씩은 해봤던 집착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의 내 자신을 보면서 너무나 무서운 거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후 두 번 다신 그러지 말자라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10. 그렇게 결심한 후 고두영 역을 맡았다면 쉽지 않았을 텐데, ‘집착남’ 연기가 참 자연스러웠다. 예를 들어 정예은을 납치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윙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애드리브였나.
지일주: 그렇다. 감독님은 내가 준비를 해 온 것에 대해서 이상하지 않으면 오케이를 해주시는 편이었다. 납치 첫째 날, ‘평소 일상처럼 정예은을 대하는 고두영’이라는 지문이 있었다. 그런 고두영을 생각하니 더 장난기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대사나 지문에 없는 빈 공간들을 채우는 것에 있어서 그때 상황에 맞춰 떠오르는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애드리브가 조금씩 들어간다.

예은일 납치했을 때 예은이에게 “옛날처럼 행복하고 다정하게 해피엔딩”이라고 말한 후 입을 맞췄던 것도 애드리브였다. 대본에는 없었는데 뭔가 입을 맞춰야 할 것 같더라. 그러고 보니 나 생각 되게 많이 하고 갔네.(웃음)

10. 연기로 표현하기에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지일주: 예은을 집에 감금해놓고 한 대사들을 어떻게 표현할 지 고민했었다. 원래는 고두영이라는 인물에게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접근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감금하는 상황은 특수하다 보니 고두영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 지 많이 생각해봤다. 김밥을 먹을 때 “너보다 후진 대학 다닌다”는 대사가 있다. 아마 이 말에 고두영은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고두영이 샤워하고 나왔을 때 예은이가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는 장면도 그랬다. 그때 고두영이 “예전처럼 행복하고 다정하게 해피엔딩”이라고 말한다. 그 말 자체도 그냥 뱉으면 오그라들 수 있어서 다른 느낌을 주고자 했다.

배우 지일주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지일주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그렇다면 현실의 지일주는 연애할 때 어떤 남자인가.
지일주: 되게 다정다감하고, 여자를 항상 배려하고 그녀의 말을 어떻게 들어줄 지 아는 남자다.

10. 고두영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지일주: 전혀 다르다.(웃음) 여자친구에게 요리해주고 싶어하는 남자다. ‘집밥 백선생2’도 매주 챙겨보고 있다. 지금은 몸 관리 하느라 짠 음식을 피하고 있어서 실제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관리가 끝나면 소량으로라도 꼭 만들어보고 싶다. 고추장 찌개나 청국장 같은 것들. 내가 찌개 종류를 좋아한다.(웃음) 만능 춘장으로 볶음밥이랑 라면도 만들어먹던데 그런 것들도.

10. 몸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정말 포털 연관 검색어에 복근이 뜰 정도로 훌륭한 복근을 가졌다. 시청자들도 고두영이 아닌 ‘지일주 복근’이라고 하더라.
지일주: 2회 때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에서는 복근이 보일 듯 말 듯 하긴 했지만 음영이 살아나 보였다. 그런데 11회 때는 조명이 너무 환하다 보니까 음영도 하나도 안 지고 복근 없이 뱃살만 있는 것처럼 나왔다.(웃음) 그 날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터라 좀 아쉬웠다.(웃음) 물도 3일 동안 끊었다.

10. 식단 관리를 정말 철저하게 했네. 운동은 어떻게 했나.
지일주: 그 3일 동안에는 탄수화물도 끊고 닭가슴살이랑 계란 삶은 것만 먹었다. 운동은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해서 헬스를 했었다. 이번에는 ‘청춘시대’에서 벗는 장면 때문에 처음으로 운동을 작정하고 열심히 했었다. SBS 드라마 ‘대박’ 촬영했을 때까지만 해도 몸무게가 70kg 가까이 나갔었는데, 10kg 가량 빠졌다. 주변 사람들도 턱선이 살아났다고 하고, 현장에서도 몸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하더라.(웃음) 요즘은 매일 매일 운동하고 있다.

10.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나.
지일주: 간단하게 말한다면 밝고 긍정적인 여자다. 그러면서도 속깊고 진지한 면모도 있는 사람. 송지원(박은빈)처럼. 평소에는 밝지만 유은재(박혜수)랑 대화하는 것 보면 언니다운 모습들이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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