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정치 발전 없이 교육 발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산업화·정보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모범 국가가 됐으며, 유례 없는 빠른 성장 덕분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의 모임)에 가입했고,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UNESCO)가 주관한 세계교육포럼이 인천에서 열리는 등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한국형 교육모델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의사결정 구조나 삶의 질, 교육의 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우리 사회를 ‘3불’(불신, 불만, 불안) 사회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높은 실업률과 과다한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 직종 및 직급 간의 소득격차, 높은 사교육비로 인한 가계 곤란, 가난과 저학력의 대물림,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대화와 타협의 결여 등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문제들이며,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노력과 발전이 중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적 노력과 발전이 중요하다.

정치와 교육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은꼴이다. 예컨대 정치적으로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 간의 갈등이 있듯이, 교육적으로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있다. 정치적으로 안정 지향적인 보수와 개혁 지향적인 진보 간의 갈등이 있듯이, 교육적으로도 사회 안정을 중시하는 관점과 사회 변화를 중시하는 관점 간의 갈등이 있다. 정치적으로 자유 지향과 평등 지향 간의 갈등이 있듯이 교육적으로도 수월성 지향과 형평성 지향 간의 갈등이 있다. 정치적으로 정파나 파벌이 있듯이, 교육적으로도 학파나 학벌이 있다. 정치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소통, 합의가 중요하듯이 교육에서도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소통, 합의가 중요하다.

물론 정치가 다소 현실 지향적이고, 교육은 다소 미래 지향적인 면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지만 정치와 교육 둘 다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인간사(人間事)라는 점에서 매우 닮아 있다. 이처럼 정치와 교육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기에 정치 발전과 교육 발전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교육기본법에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 세력의 힘이 교육 세력의 힘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교육 스스로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공교육은 대부분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울러 직선제 아래에서 암묵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교육감으로 선출되는 현실에서 지방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포함한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노력과 발전이 중요하며, 정치와 교육 간의 상호 존중과 열린 대화를 통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 등이 중요하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계절이 바뀌듯 정치와 교육이 자연스럽게 바뀌길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인간사인 정치와 교육을 개선하고 개혁하기 위해 다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고 우리 자녀들이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밝은 미래는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순근 < 서울대 교수·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