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부결하는 등 노사갈등이 계속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하반기 전망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신흥국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고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끝난 뒤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는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노사갈등이란 큰 짐까지 안고 가게 된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조속한 임금협상 타결을 위해 이번 주부터 다시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로서는 어떻게든 추석 연휴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9월부터는 제대로 공장을 돌려 그동안 파업으로 입은 피해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올해 임협 과정에서 총 14차례 파업을 하는 바람에 자동차 6만5천500여대의 생산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차도 지난 26일까지 총 7차례 파업으로 3만9천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잠정 합의안 부결은 그룹사인 기아자동차의 노사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기아차 노사는 현대차 노사가 먼저 합의하면 그에 맞춰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사측도 지난 24일 현대차 노사의 잠정 합의안 타결 이후 기아차 노사도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업체도 아직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7일 조합원 찬반투표로 파업을 가결, 지금까지 수차례 부분 파업을 했고 임단협이 끝날 때까지 잔업과 특근 거부를 선언했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가 9천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공장별 미래발전방안 제시 등을 요구하며 26일까지 29차례 교섭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사실상 최종안으로 기본급 7만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9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한 상태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11일 임단협을 시작한 이후 노사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대비해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합의하고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전례가 있어 사측은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중에는 쌍용차가 유일하게 지난달 27일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0년 이후 7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하반기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려운데 임단협 타결까지 늦어지면서 노사갈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