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은 김소연이다.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김소연이 이번에는 비련의 여인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함을 내뿜으며 취재진을 반겼다. “일단 무사히 끝난 것만으로도 좋아요. 매회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게 아니라, 또 올라가고 또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무사히 내려온 기분이에요. 후련한 게 100%에요.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신들이 너무 많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끝나서 너무 좋아요.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연달아 세 작품 한 느낌이에요.”(웃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김소연이 연기한 봉해령은 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시어머니에게는 멸시를 받는다. 겨우 이혼해 새로운 사랑을 만났으나 그 남자가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수술을 집도한 의사였다. 그리고 남편은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렸다.“감독님한테 ‘봉해령은 왜 매회 힘든 신이 많아요?’라고 하기도 했는데 ‘이런 연기를 언제 해 보겠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았고, ‘이런 신들이 주어지는 상황이 복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김소연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미어진다. 연민과 사랑, 증오, 절망이 뒤엉킨 봉해령의 감정을 완벽에 가깝도록 연기해냈다. 이전의 상큼 발랄함을 내려놓고 진중한 모습으로 가슴 아픈 여인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편하게 하면 연기가 잘되는데, 사실 그러지 못해서 속상했었어요. 감독님께선 눈물에 집착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오히려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사실 누가 연기해도 절절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잖아요.”결혼, 출산, 육아 경험이 없는 김소연은 연기 경력 23년 차의 내공으로 봉해령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은 김소연은 아이를 잃고 오열하는 장면 등에서 절절한 모성애를 그대로 담아내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오열하는 순간에도 선명하게 전달하는 대사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하며 탄탄히 쌓아온 기본기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 “모성애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이 됐어요.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아이와 함께한 신은 과거 신이잖아요. 보시면서 같이 울었다고 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여러 감정 신들이 이어지던 중 등장한 이필모의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는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시청자들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는 예고된 설정이었다. “시놉시스에 알츠하이머 상태로 서진이 학교 앞에 찾아가서는 ‘여보 서진이가 안 와’라고 하는 신이 있었는데 마음이 저렸어요. 그 신이 나올 즈음부터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심장이 뛰고 대본이 나올 때마다 떨렸어요. 촬영 날 오빠가 멀리서 어린이 우산을 들고 있는데 너무 슬펐어요.”김소연의 열연에 시청자들의 눈물샘은 마를 새 없었다. 게다가 김소연의 연기는 같은 눈물이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매번 다르고 복합적이기까지 하니 도무지 치켜세우지 않을 수가 없다. 연기대상 얘기가 나오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그 기사를 보고 감사했죠. 지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정말 단비 같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늘 연기에 갈증이 심했는데, 이 작품으로 해소가 됐어요. 연기대상은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진심으로 이것만으로도 감사해요.”마지막 회에서 봉해령(김소연)과 서지건(이상우)은 돌고 돌아 사랑을 이뤘고, 유현기(이필모)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물론 다른 결말도 있을 수 있겠고 내가 생각한 결말도 있었어요. 봉해령 입장에서 자립심 있는 걸로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한 적은 있는데 지금 결말도 최선의 결말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늘 생각한 게 이 여자가 행복한 거보다도 편안했으면 좋겠다. 일상을 느낄 수 있고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그런 신들이 잠깐이라도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김소연은 가족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이필모, 이상우와 멜로 라인을 형성했다. 이필모의 눈빛과 이상우의 미소는 김소연이 난생 처음 도전한 모성애 연기를 훌륭하게 이끌었다.“(이)필모 오빠는 ‘연천’(연기 천재)이라고 불러요. 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게 두려운데, 오빠는 즐기더라고요.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았어요. 내가 연기하는데 같이 울어주고, 신기했어요. (이)상우 오빠는 좋은 파트너였어요. 8개월 내내 진실하더라고요. 나도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합이 잘 맞았어요. 두 남자 덕분에 더 멜로의 느낌이 살지 않았나 싶어요.”김소연은 2016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달리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곽시양과 알콩달콩한 신혼을 즐겼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이시하고 사랑스러움 등 팔색조 매력을 보였던 그였지만, 사람 김소연의 면모는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비록 가상결혼생활이지만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김소연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이어 출연한 ‘가화만사성’을 통해선 배우 김소연의 진가를 다시 한번 재확인시켰다. “토크쇼 보다는 단체로 나가는 예능은 또 하고 싶어요. ‘진짜사나이’가 좋았어요. 함께 출연했던 멤버들은 1년에 한두 번씩은 봐요. 50부작 작품을 끝냈더니 이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성장했죠.”그러고 보니 김소연도 사랑을 이루거나 가정을 꾸릴 꽉 찬 나이에 접어들었다. 벌써 강산이 세 번 훌쩍 변하고도 반이나 더 흘렀다. 김소연이 꿈꾸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37살에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얼마 안 남았어요. 아직까지도 누구를 챙겨 줄 만한 사람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은 없어요.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사실 와 닿지가 않아요.” ‘가화만사성’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김소연.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속 이미지는 그녀가 벗어야할 숙제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만큼 숙제를 풀기란 쉽지 않았다. “스스로가 여유가 더 생기는 배우, 편안해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배우들 보면 부러워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소연은 ‘가화만사성’으로 그녀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녀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여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기 전에 대표님을 달달 볶았어요. 이번에는 ‘조금 쉬고 싶다’고 말했어요. 길게 보여드려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시청자들이 안 질리실 것 같은데, 다음 작품에서는 정말 센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악역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강렬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온라인정보팀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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