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부분변경 쏘울을 내놓으며 기존 CUV의 위치를 벗어나 소형 SUV 경쟁 합류를 선언했다. CUV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판단, 르노삼성 QM3 및 쌍용차 티볼리와 경쟁 가능한 소형 SUV로 부각시킨다는 얘기다.

23일 기아차에 따르면 부분변경 쏘울의 가장 큰 특징은 남성 지향성이다. 기아차 국내상품팀 이우성 과장은 "쏘울이 워낙 아이코닉한 차종이어서 디자인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 디테일한 부분을 개선했다"며 "이전에 여성적 매력이 강했다면 부분변경을 거친 후에는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비층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겠단 계산이다.

무엇보다 기아차는 부분변경 쏘울을 내놓으며 '박스카'로 상징되는 CUV 이미지를 버리기로 했다. 대신 소형 SUV의 강점을 드러내 주목을 끌겠다는 방침이다. '박스카'가 가진 '작다', '좁다', '귀엽다'는 편견을 떨쳐내겠다는 것. 이우성 과장은 "쏘울의 포지셔닝을 새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박스카의 틀에 가두기보다 (현재 트렌드에 맞게)소형 SUV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소비자가 직접 좌석 및 트렁크의 공간 활용성, 주행 감성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교 시승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실제 2세대 쏘울은 소형 SUV 강세 속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박스카'로 인식,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본격 인도를 시작한 2014년 4,373대, 2015년엔 3,925대에 그쳤고, 올 7월까지는 1,293대에 머물렀다. 1세대 쏘울이 연간 2만대 이상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반면 출시 초기 쏘울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쌍용차 티볼리는 승승장구했다. 출시 첫 해인 2015년 4만5,021대를 판매했으며 올 1~7월엔 2만2,396대를 인도했다.

다만 쏘울은 북미 시장에서 박스카 부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올 7월까지 누적판매 89만대를 넘어섰다. 미국 J.D.파워가 선정한 신차품질조사에서도 소형 MPV 부문 1위를 기록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기아차 홍보 담당자는 "작고 실용적인 박스카 디자인이 국내보단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며 "소형 SUV와 견줘도 공간 활용성이나 상품성이 전혀 뒤지지 않는 만큼 해당 타깃층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형은 전면 블랙 하이그로시 범퍼와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바꿨다. 동력계는 새 6단 자동변속기(가솔린)를 탑재해 소폭 향상된 11.9㎞/ℓ(16인치 타이어 기준)의 복합효율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기존 커튼 에어백에 전복감지 센서를 추가하고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와 후방주차 보조 시스템, 버튼 시동 스마트키를 기본 적용했다.

기아차 쏘울, '박스카' 벗고 '소형 SUV' 입는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