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하락에도…과자값 인상 불가피?
국내 제과업체들은 올 상반기 과자값을 올렸다. 적게는 3~4%, 많게는 30% 올렸다. 과자 가격 인상의 근거는 원가 상승이었다. 하지만 제과업체들이 최근 공개한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설명과 다르다. 과자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은 상반기에 하락했다고 밝혔다. 제과업체가 수익성이 나빠지자 마케팅 비용 등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요 원자재 가격 모두 하락

롯데제과는 사업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과자를 만드는 데 원재료와 소모품 비용으로 3831억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 2014년에 비해선 4.4% 줄었다.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상반기 롯데제과가 과자를 제조하는 데 쓴 밀가루 가격은 ㎏당 585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4.7% 하락했다. 설탕값과 유지류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유지류 가격은 28%나 내렸다. 과자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모두 떨어진 것이다.

다른 제과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 상반기 2620억원의 원재료비를 쓴 크라운제과는 올 상반기에는 1.8% 줄어든 2572억원을 썼다. 오리온의 원재료비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의 매출 대비 원재료 비용 비중은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제과업체들은 원가 상승 부담을 들어 과자값을 올렸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 비스킷 8가지를 평균 8.4% 인상했다. 마가렛트 같은 인기 제품은 가격을 10% 올리면서 중량을 늘렸다. g당 단가는 낮췄다고 소비자들에게 공지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짱구와 사또밥, 바나나사또밥, 별뽀빠이 등의 가격을 30%가량 올렸다. 크라운제과는 빅파이를 포함한 11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4% 인상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밀가루 등의 가격은 안정됐지만 포장재 필름이나 과자 케이스 같은 부자재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원자재보다 부자재값이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자값에서 원·부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외비 사항이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마케팅 경쟁에 판관비만 늘려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국내 제과업체들의 2분기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는 매출이 2.0%와 1.7% 감소했다. 판매관리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는 판관비를 1.35%와 1.11% 더 썼다. 국내 제과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제품 가격을 올리고, 그 돈으로 마케팅 지출을 대폭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