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전자가 정수기 등 생활가전 렌털(대여) 계정수 100만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렌털 사업을 시작한지 6년 만이다. 전기 밥솥에 이은 또 한번의 ‘성공 신화’를 렌털 분야에서 쓰게 됐다. 쿠쿠전자는 침대 매트리스 등 렌털 품목을 늘려 전기 밥솥 매출에 버금가는 매출을 렌털 사업에서 거둔다는 계획이다.

◆3분기 렌털 계정 100만 돌파

쿠쿠전자의 렌털 계정은 지난 6월말 기준 96만8700개로, 작년 말(82만2921개) 대비 17.7% 늘었다. 올 3월말 90만개를 처음 넘어선 데 이어 9월까지 100만개 돌파가 확실시 된다. 코웨이는 13년, 청호나이스는 22년 걸렸던 것을 쿠쿠전자는 6년 만에 해내는 것이다.

앞서 코웨이는 2002년,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렌털 계정수 100만개를 넘겼다. “밥솥 전문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종합 생활가전 업체로 발돋움 하는 상징적 기록”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쿠쿠전자의 렌털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1600억원대를 기록한 매출은 올해 22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매출 500억원을 넘어선 뒤 분기당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 쿠쿠전자 전체 매출에서 렌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말 30% 수준까지 올라설 전망이다. “렌털 부문 성장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키움증권)이란 증권사 분석도 나온다.

◆전기밥솥 기술 기반으로 안착

쿠쿠전자는 2010년 렌털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쟁쟁한 렌털 전문 기업들이 버티고 있을 때였다. 사업 초창기 이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제조가 기반인 회사가 렌털 사업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렌털은 관리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제조 마인드’를 갖고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사진)은 반대로 생각했다. 제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일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 백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전기 밥솥 설계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정수기 등 생활가전에 기술을 응용한다면 빠르게 안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대기업에 맞서 자체 브랜드로 국내 1위에 오른 전기밥솥의 성공 경험 또한 이런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구 사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사업 시작 1~2년 만에 경쟁사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그럴듯한’ 정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TV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경쟁사 대비 가격이 30~40% 저렴한 게 큰 힘을 발휘했다. 쿠쿠전자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코웨이 벤치마크 효과 톡톡

쿠쿠전자는 ‘2등 전략’도 잘 구사했다. 밥솥에선 선두 기업이지만 렌털 시장에선 ‘후발주자’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 특히 이 시장 1위 코웨이를 벤치마크 삼아 시행착오를 최소화 했다. 예컨대 해외 진출 때 말레이시아를 우선 선택하는 식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코웨이가 국내 렌털 모델을 가장 잘 안착시킨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쿠쿠전자 말레시아법인은 지난 4월 2만5000개의 렌털 계정을 확보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다음달에는 침대 매트리스 렌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코웨이가 렌털 업체 중 처음 이 시장에 진입해 연매출 20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키운 것을 뒤따라가는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