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크레타’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지난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크레타’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지난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자동차 러시아법인(HMR)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가 3분마다 한 대씩 생산되고 있었다. 크레타는 인도에서 빅히트한 소형 SUV로 현대차는 이달부터 러시아에서도 생산을 시작했다. 차량 품질을 담당하는 이사코프 알렉산더 씨는 “지난 2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닛산, 제너럴모터스(GM) 등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공장 문을 닫았지만 현대차는 신형 모델을 투입하고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최근 직접 현장을 챙기는 모습에 직원들도 러시아 기업에서 일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

현대차의 '품생품사' 동토를 질주하다…도요타·닛산 제치고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3.5% 감소한 32만4701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이 35.7% 감소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15.1%에서 20.3%로 1위를 기록했다. 다른 글로벌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중단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리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소형차 생산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박순익 HMR 생산관리부 부장은 “러시아 시장에 동반 진출한 11개 협력사뿐 아니라 현지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며 “현지 부품 조달률이 46%에 이르러 원가 절감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생산량을 유지해 러시아 경제에 기여하는 러시아 국민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현대차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수 HMR 생산관리 이사는 “러시아 공장(연산 20만대 규모)은 열악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3회 토요 특근을 통해 22만9500대를 생산하며 114%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다”며 “러시아 자동차업체의 평균 공장 가동률(33%)을 크게 앞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지난해 러시아 진출 완성차업체 최초로 이집트 레바논 등 9개국에 차량 1만4112대를 수출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한국명 엑센트)와 리오(한국명 프라이드)는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각각 4만5930대와 3만9454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형 크레타 앞세워 시장 확대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 크레타를 앞세워 러시아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용만 HMR 총무부장은 “러시아 시장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부터 크레타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며 “러시아 전역에 있는 150여개 현대차 판매점에 주문이 몰려 이미 두 달치 계약 물량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만 2만대의 크레타를 러시아 시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험난한 지형에 적합한 차량을 내놓기 위해 1만1000㎞ 거리의 러시아 횡단 실험을 통해 기능을 보완했다”며 “HMR은 전통적으로 콤팩트·세단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크레타 합류로 이제 SUV 부문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크레타에 ‘러시아 특화 사양’을 적용했다. 우선 영하 35도의 혹한에도 시동이 걸리도록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고 휠과 시트에 열선을, 앞유리에는 발열 글라스를 채택했다. 또 지상고를 10㎜ 상향 조정하고 눈길 주행이 많은 점을 감안해 워셔액 용량도 2.5L에서 4.6L로 늘렸다. 김 이사는 “도로 사정이 열악한 현지 특성을 고려해 러시아에선 2.0L 엔진 모델도 생산한다”며 “5년 동안 올해의 러시아 차로 뽑히며 러시아 국민차로 거듭난 쏠라리스의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