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포함한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금융공기업 기관장이 다음달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줄줄이 임기가 끝나 금융권에 초대형 인사 태풍이 몰아닥칠 조짐이다. CEO 임기 만료가 임박한 금융회사와 기관에선 벌써부터 퇴직 관료와 정치권 출신 인사가 줄을 대느라 바쁘다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연이나 학연을 총동원해 차기 CEO를 향해 뛴다는 내부 인사들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마지막 해인 내년에 금융권이 인사 태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물밑 작업을 하느라 부산한 인사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우리은행장과 기업은행장 거취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0일까지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취임하면서 민영화를 위해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금융계에서는 이 행장이 추진 중인 민영화, 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 51% 중 30%가량을 쪼개 매각하려는 작업이 성공하느냐에 따라 연임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임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게 변수로, 전·현직 경영진이 행장 자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권말 금융 CEO '막차 티켓' 주인공은 누구?
최초의 여성 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12월27일 임기가 끝난다.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1961년 기업은행 설립 이후 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고(故) 강권석 전 행장 등 두 차례밖에 없다. 기업은행 내부 인사 외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안팎에서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관련해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회장 후임에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 18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본격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 행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신한은행장 자리를 놓고서도 내부 경쟁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많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함 행장은 지난해 9월 옛 하나·외환은행이 합쳐진 통합은행장을 맡은 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이후 함 행장의 임기가 1년 반밖에 되지 않는 데다 실적 개선에 대한 호평이 많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도 내년 4월29일로 끝난다. 구조조정에 따른 농협은행 등의 실적 부진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1월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앞으로 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자리를 분리해 은행장을 따로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무산되긴 했지만 얼마 전 공석인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 자리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시도되면서 은행장 자리에도 청와대 등 정치권 출신 인사가 영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KB금융 내부적으로는 윤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에 행장 분리 등을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 공기업에서는 다음달 30일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의 임기가 끝난다. 연말에는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 등의 임기가 만료돼 차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금융권 인사의 특성상 어떤 식의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힘들다”며 “특히 정권 말이어서 검증되지 않은 여러 설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서욱진/김은정/이현일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