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시장 상장에 목을 매는 이유는 신약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5년가량 걸리고, 5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술특례 상장은 바이오 벤처기업에는 단비 같은 제도로 꼽힌다. 신약 개발까지 이익은커녕 매출도 내기 쉽지 않지만 기술력만으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올 들어 기술특례 상장 길이 막힌 데다 벤처캐피털마저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자칫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바이오 인프라를 키우자] 엔젤투자 미미한데 기술상장마저 '꽁꽁'…돈줄 막힌 바이오벤처
불확실성 커진 바이오 IPO

2005년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혜택을 받은 바이오기업은 25개에 이른다. 제넥신 바이로메드 디엔에이링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 들어선 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통과한 바이오기업은 전무하다.

바이오업계는 기술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는데도 탈락 과정에서 한국거래소가 납득할 만한 이유나 기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유전자가위 전문 바이오 벤처기업 툴젠은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 심사에 나섰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두 차례나 탈락했다. R사는 임상시험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만 떠돌기도 했다. 거래소 측은 “탈락 이유를 밝히면 해당 기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기술을 토대로 상장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특례 상장을 청구하려면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데이터 등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에 기술 평가를 신청해 모두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한 곳에서는 A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투자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벤처캐피털 엔젤투자 등 민간 부문에서 4000억원가량을 바이오산업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올 들어 기술특례 상장을 청구한 기업 중에 상장이 승인된 기업은 한 곳도 없다”며 “기술 평가에 집중해 바이오기업 상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투자 생태계

창업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생태계는 더욱 열악하다. 정보기술(IT) 분야와는 달리 투자금의 80% 이상을 창업 단계나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도 바이오 분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약 개발 기간이 긴 데다 성공 확률까지 낮다 보니 초기 투자를 꺼리는 탓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2012년 한 해 동안 6만7000개 바이오 벤처기업에 229억달러(약 25조6000억원)의 엔젤투자가 이뤄졌다. 엔젤투자자는 26만명이 넘는다. 한국은 619명(2011년 기준)의 엔젤투자자가 39개 바이오기업에 투자한 데 그쳤다. 투자 규모도 296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벤처캐피털 등은 신약 개발이 안정단계에 접어든 업력 7년 이상의 바이오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의 64%는 업력 7년 이상의 바이오 벤처기업에 집중돼 있다. 보건복지부 글로벌 헬스케어펀드(1500억원), 한국정책금융공사 제약산업 프로젝트펀드(5000억원), 국민연금 코퍼레이트파트너펀드(8000억원) 등 정책 펀드도 대부분 7년 이상 바이오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초기 기업 투자펀드 만들자”

전문가들은 초기 단계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초기 단계 기업에 특화해 투자하는 ‘바이오 제약 특수목적펀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2012년 창업 5년 이내 벤처기업에만 투자하는 특수목적펀드를 31억달러 규모로 조성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의 씨앗이 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면 자금력이 좋은 대형 제약사로의 인수합병(M&A)이나 기술 이전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신약 개발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미현/나수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