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구팀, 오르리스타트 7개 임상 논문 재검토

20년 가깝게 한국을 포함, 세계적으로 널리 팔려온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이 허가 당시부터 '체계적으로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의약 전문매체 스태트 등에 따르면, 덴마크의 의료 및 약품 관련 연구·평가 기관인 '노르딕 커크린 센터' 예페 슈롤 박사 팀은 비만치료제 '오르리스타트' 허가와 관련된 학술 논문들이 설사나 변실금 등 명백한 부작용들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 문제 있는' 것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약의 허가 시기를 전후해 학계와 병원의 연구자들이 개발업체인 로슈의 자금 지원을 받아 수행한 임상시험 논문 7편의 내용을 이후 유럽식품의약품청(EMA)에 제출된 관련 임상 데이터 요약본과 비교했다.

제약회사들과 규제 당국이 흔히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임상 데이터는 정보자유법에 따른 소송을 통해 연구팀이 최근 EMA로부터 입수한 것이다.

비교 결과 논문들에 기재된 부작용 사례들은 실제 임상 데이터에 나온 사례의 14~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아주 흔하고 명백한 부작용만 기재하고 임상시험 참여자 5% 이하에서 발생한 뚜렷한 부작용은 누락하거나, 한 환자에게 나타난 여러 다른 부작용들을 단 한 가지 부작용으로 축소했다.

또 가짜약(플라시보) 복용자군에 비해 이 약 복용자 집단에서 최소 2배 이상 많이 발생한 명백한 부작용을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

지금도 제약업체 홈페이지의 이 약품 효과와 부작용 설명란에도 이런 논문들이 증거로 게시돼 있으며 학술지들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로슈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측은 "임상시험 보고들은 허가 당시 기준에 맞춰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스태트는 전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는 "제약회사가 제출한 임상시험보고들이 부작용 발생 사례의 전모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평소의 의구심에 환하게 빛을 비춘 것"이라고 스태트에 밝혔다.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시드니 울프 박사는 의사들이 학술지에 의존하고 있고 원천자료(rawdata)를 볼 수 없거나 볼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임상 논문들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의학'(PLOS Medicine)에 지난 16일(현지시간) 실렸다.

◇ 국내에서도 많이 팔리는 약 = 오르리스타트는 음식물 속 지방의 체내 흡수를 억제해 비만을 막는 약이다.

로슈가 개발해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제니칼'이라는 상품명으로 처음 시판했다.

2007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용량을 줄여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알리'라는 상품명으로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비만 환자가 아닌 여성들이 살빼기용으로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대변에 기름이 섞여 나오는 것이며 복부팽만감, 기름 설사 등이다.

간 손상 등 여러 독성도 보고됐다.

인기가 식고 경쟁제품들이 나오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판매량이 계속 줄고 있다.

스태트에 따르면 로슈는 미국에선 더 이상 이 약을 적극적으로 판촉하지 않는다.

GSK의 경우 이제는 연간 실적보고 때 이 약 판매액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러나 한국에선 2012년 116억원으로까지 줄었다가 2013년 144억원, 2014년 169억원, 2015년 180억원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선 한국로슈가 '제니칼', 안국약품이 '제로엑스', 알보젠코리아가 '올리엣', 한미약품이 '리피다운', 휴온스가 '올리다운'이라는 제품명 등으로 판매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