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 상장회사들이 올 상반기에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수출 역량 쇠퇴로 고사(枯死) 위기감에 휩싸였던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기계 등 주요 제조업종이 모두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7일 514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62조9014억원으로 전년 동기(54조9663억원)보다 14.44%(7조9351억원) 늘었다. 상반기 순이익도 47조197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9조2757억원)보다 20.17%(7조9221억원) 증가했다.
다들 망한다던 한국 제조업…'어닝 서프라이즈'
매출(804조5504억원)은 저유가 여파로 작년 동기(799조4258억원) 대비 0.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683곳의 매출은 4.33%, 영업이익은 5.90%, 순이익은 4.32% 늘어나는 등 주요 중소·중견기업 실적도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됐다.

대외 경쟁력 약화에 따른 ‘위기론’이 팽배하던 상장사들의 실적이 의외의 호조를 보인 것은 아직은 제조업 본연의 경쟁력이 살아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48조816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4% 늘었고 순이익(36조976억원)은 24.92%나 증가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서 나온 수익성 개선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변화가 올 하반기도 상장사 이익 개선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윤정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