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페라의 매력
1597년 피렌체의 아르노강변에 있는 유서 깊은 은행가 가문의 조반니 데바르디 백작 저택. 몇 년 전부터 이곳에는 시인 극작가 작곡가 연주자 화가 등 문화 예술인과 애호가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당시 피렌체는 이미 르네상스 운동의 중심지였고, 그들 역시 그리스의 고전이야말로 새로운 음악 형식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또 가사가 잘 전달되도록 하나의 선율로 노래하자는 모노디(하나를 의미하는 모노와 멜로디의 합성어) 양식을 주창했다.

사실 그 당시 음악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종교곡이 주를 이뤘다. 그들은 새로운 음악 장르에 도전했다. 시인 리누치오가 그리스 신화 속 불행한 처녀 다프네를 소재로 대본을 썼다. 거기에 야코보 페리가 음악을 붙여 실험적 음악극 ‘다프네’가 탄생했다.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다프네는 최초의 오페라가 되고, 이는 음악사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리라는 것을.

초기 오페라는 왕족, 귀족의 대관식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공연됐다. 그들은 평민까지 초대해 자신을 오페라 속 신이나 영웅과 동일시하며 신분 격차를 은근히 과시했다. 그 후 오페라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온 유럽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1637년에는 베네치아에 ‘산카시오’라는 최초의 유료 오페라극장이 문을 열었다. 최첨단기술이 동원된 화려한 무대장치는 TV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관중을 사로잡았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오페라에 매료되게 했을까. 오페라 속에서 그들은 치졸하고 파렴치한 호색한, 머리끝까지 욕심으로 가득찬 비열한 귀족의 모습을 보며 통쾌하게 비웃다가 어느새 자기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또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보면서 같이 울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오페라를 귀족예술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아직 많다. 많은 분이 “오페라는 좀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한다. 오페라의 시작은 그랬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페라를 꽃피운 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오페라가 아름다운 건 그 안에 담긴 우리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한 번만 그 줄거리를 찾아보고 공연장을 찾으면 오페라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으리라. 그저 오페라 속 주인공은 때로 내가 되기도 하고, 나의 이웃이 되기도 한다. 오페라 역시 사람 사는 얘기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소영 < 솔오페라 단장 rosa045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