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 1조원대 당기순손실을 내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최대주주인 정부와 산업은행은 하반기 조선 업황이 개선되고 작년 말 수립한 지원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면 상장폐지에 내몰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17일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반기보고서(별도재무제표 기준)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 2분기 말 현재 자산총계가 15조6천억원, 부채총계가 16조8천억원을 나타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조2천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회계법인이 감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 2분기 당기순손실이 1조2천억원을 기록한 여파다.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회계감사가 이어지며 대우조선이 올 연말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하거나 채권단 출자전환, 대규모 영업이익 시현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지 않는 이상 완전자본잠식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상반기 검토보고서(연결기준)에서 "상반기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조6천억원 초과하는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이 결국 상장폐지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만연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14일 전 경영진의 대규모 분식회계 혐의 등을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대우조선 주권의 매매거래를 정지한 뒤 상장적격성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4일 대우조선해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도록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내버려두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증자를 포함해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했고, 금융위원회는 8.5%를 가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2분기 적자 폭 확대가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감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자본잠식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회계법인이 이연법인세 산정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 가혹한 기준을 적용해 당기순손실이 8천500억원 늘었다며 하반기 수주 여건이 개선되면 손실 처리된 이연법인세 상당 부분이 연간 보고서에는 자산으로 인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산업은행의 증자 계획도 대우조선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생명줄이다.

산은 관계자는 "작년 10월 발표한 대우조선 지원안에서 2조원 자본확충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4천억원만 지원된 상태"라며 "자본확충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상장폐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기 발표한 대우조선 지원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면 완전자본잠식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여건이 추가로 악화할 경우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가 늦어져 1조원을 못 받는 상황에서 9월부터 회사채·기업어음(CP) 등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게 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9월 위기설이 회사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회사의 경영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다만 하반기 수주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상장폐지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대로 연말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회사가 자력으로는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대주주인 산은과 금융위가 상장 유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자본확충 이슈는 고민하고 있지만 실적발표가 됐다고 바로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합적으로 전체 상황을 살펴보고 채권단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