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당초 장관 5~6명이 교체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소폭 개각에 그쳤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익숙한 인사나 전문관료 출신을 발탁해 집권 후반기의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연말께 추가 개각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역대 정권들이 국면전환이나 분위기 쇄신용으로 ‘개각 카드’를 활용하는 일이 잦았고 국민도 그런 행태에 익숙해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개각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소폭 교체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런 점에서 원년 멤버이면서 폭스바겐 사태, 미세먼지 등으로 난맥상인 환경부, 농업의 미래산업화가 미진한 농식품부 등의 장관이 교체된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실무형 개각에 대해 야권이 ‘불통·오기·찔끔 인사’, ‘탕평·균형이 배제된 개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외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이 유임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주변국들과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은 동북아 질서와 안보 현실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어설픈 친중 노선으로 동맹국들과의 관계까지 소원하게 만들어간 장본인이다.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던 그는 지금 꿀 먹은 벙어리다. ‘꼭 필요한 개각’이 원칙이라면 외교팀 수장을 바꿔서라도 국제적으로 정확한 메시지를 던졌어야 한다고 본다.

노동개혁에 아무 진척이 없는 고용부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강조했듯이 노동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생존과제’다. 유럽에선 프랑스 이탈리아의 좌파 정권조차 일자리를 위해 해고절차 간소화 등 파격적인 노동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노동개혁은 말만 요란할 뿐이다. 노동개혁 4법도 파견법 외에는 모두 ‘노동 복지법’이다. 장관은 대통령과 국정의 공동책임자여야 마땅하다. ‘잘 할 때까지’ 방치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