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2016 세계인쇄회의' 인쇄의 미래 보여준다
한국은 ‘인쇄 종주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로 직지심체요절(1377년)을 인쇄했고, 목판으로 무구정광대다라니경(751년 이전)을 인쇄했다. 이 같은 선조들의 지혜와 발명 정신은 오늘날 지식정보산업 강국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됐다. 지식정보화에 대한 욕구가 우리 민족의 DNA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 문명과 산업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인쇄산업은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으며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량 소품종의 산업 트렌드가 소량 다품종으로 바뀌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하드카피(종이)를 통해 전달되던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소프트카피(데이터파일)로 대체되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연유로 혹자는 종이인쇄물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라디오가 나왔을 때 신문이 사라지고, TV가 나왔을 때 라디오가 사라지고, 컬러TV가 나왔을 때 영화관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모두 틀렸듯이 종이인쇄물도 영원히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전통방식의 인쇄술을 정보기술(IT)산업과 융합하려는 인쇄인들의 노력과 종이에 대한 인류의 사랑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내 인쇄산업은 1만8000여개 업체에 7만여명이 종사하고 있고, 연간 9조5000억원의 매출과 3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1만여대의 최첨단 시설이 가동 중이며 박엽지 인쇄기술(얇은 종이에 컬러로 인쇄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이인쇄물이 전자매체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고,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전 세계 인쇄업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기술 개발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쇄산업을 진단하고 미래 인쇄기술을 전망해 보는 ‘2016 세계인쇄회의(WPCF)’가 ‘세상을 인쇄하다’는 주제로 오는 30일부터 3박4일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대한인쇄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30개국에서 500여명의 인쇄 관련 인사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WPCF는 1989년 창립해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인쇄 및 관련 업계 인사들이 모여 인쇄문화산업의 현황과 미래비전을 논의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국제 단체다. 한국은 2003년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총회에서 2016년도 회의를 유치했다.

2016 WPCF는 총회 및 전 세계 인쇄업계의 현황과 미래를 예측하는 일곱 가지 주제별 콘퍼런스가 계획돼 있다. 글로벌 인쇄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보고, 디지털로 진화하는 매엽인쇄기술과 IT를 활용한 인쇄기술의 뉴 트렌드를 전망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전 세계에서 참가할 인쇄 전문가들은 콘퍼런스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열리는 국내 인쇄기자재 전시회인 ‘K프린트 위크 2016’을 둘러보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방문해 한국 인쇄문화의 우수성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016 WPCF 개최를 계기로 인쇄가 21세기 지식정보산업의 핵심으로 거듭나고, 사양산업이라는 오해와 편견이 불식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정석 < 대한인쇄문화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