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주문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부터 개인 간(P2P) 대출 플랫폼을 개발한 김성준 렌딧 대표, 자동차 매매 앱 ‘겟차’를 운영하는 정유철 대표까지….

온·오프라인 연계(O2O),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에겐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김봉진 대표는 서울예술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민대에서 시각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성준 대표는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정유철 대표는 고려대에서 정보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김성준 대표는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을 꾸미는 게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사고하는 전반적인 활동”이라며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분석해 바로 프로토타입(시제품)까지 만들어 보는 실행력이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적 사고'로 사용자 불편 해소…디자이너 창업 이유있는 '대박'
“디자인의 핵심은 사람 중심 사고”

지난해 렌딧을 창업한 김성준 대표는 생명공학도를 꿈꾸며 KAIST에 진학했지만 신입생 시절 우연히 한 강연을 들은 뒤 진로를 바꿨다. 디자인 컨설팅기업 IDEO의 디자이너인 다니엘 김은 당시 강연에서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작업은 디자인 과정 후반부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찰하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기숙사로 돌아온 김 대표는 그날 오후 내내 IDEO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UX(사용자경험) 디자인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겟차를 창업한 정유철 대표는 모바일 기기 보급 확대를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았다. 앱 구동에서 구매, 결제까지 가장 편리하게 구현한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자동차 견적 요청부터 인도까지 한꺼번에 앱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통합했다”며 “영업사원이 아니라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의 문제점을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시대 디자이너 창업가 맹활약

패션·뷰티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포메이션그룹 등으로부터 약 7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는 미국 뉴욕의 디자인스쿨 파슨스에서 패션마케팅을 전공했다. 세계적 패션브랜드 톰포드에서 일하다 2012년 한국에 돌아와 미미박스를 창업했다. ‘서울스토어’를 운영하는 윤반석 데어즈 대표도 창업하기 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삼성이 뿌린 ‘디자인 경영’의 씨앗도 국내 창업계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김성준 대표, 정 대표, 윤 대표는 삼성이 운영하는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인 ‘삼성디자인멤버십’ 출신이다.

해외에서도 성공한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를 쉽게 찾아볼 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제품 철학을 고집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채드 헐리 유튜브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앤드루 메이슨 그루폰 창업자 등이 디자이너 출신이다. 숙박 공유 앱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도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을 졸업했다.

정 대표는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작은 화면에서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 디자인 싱킹 (design thinking·디자인적 사고)

제품 외형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겪는 불편이나 필요에 공감하고 그들이 모르고 있는 잠재적 욕구를 파악, 제품 개발단계부터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