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반도체 도전
아이에이(IA)는 요즘 팹리스(생산라인이 없는 반도체 설계회사) 업계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회사 중 하나다. 자동차용 반도체가 전무하던 2010년부터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2014년에는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올랐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는 김동진 회장(사진). 그는 30년 이상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며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을 거쳤다. 재계에선 “세계 1위로 성장한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및 팹리스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폐지 회사’ 반전시켜

김 회장은 2010년 4월 아이에이 지분 17.7%를 취득하며 최대주주 겸 대표에 올랐다. 당시 아이에이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에이는 1993년 설립돼 국내 팹리스 1세대에 속했지만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만성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4년에는 전임 최대주주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김 회장은 경영권을 잡은 이후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회사 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아이에이의 주력 분야를 통신에서 자동차로 바꿨다. 통신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 수익이 나지 않는 반면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는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손실이 누적되는 가운데서도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 기술 확보에 힘을 쏟았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에 납품되며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중 90% 이상이 자동차용 반도체 및 모듈에서 나왔다. 김 회장이 회사를 맡기 전인 2009년 매출 220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을 기록한 아이에이는 지난해 매출 710억원에 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기술에 대한 갈증이 창업으로

김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재직 시절부터 느낀 갈증 때문에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15일 기자에게 “자동차용 반도체가 선진국에 종속되다 보니 현대차도 신차 개발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해외 반도체 업계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휘둘려서는 안 되겠다는 오기로 현대차 재직 시절부터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업체를 물색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자동차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지금보다 더 많은 자동차용 반도체가 필요해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업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김 회장은 인재 확보를 꼽았다. 그는 “사실상 불모지였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하며 초기에는 전문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전반적인 기술 수준도 낮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5년 넘게 축적한 기술과 기술인력이 향후 완전한 기술 자립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이 수치로 나오는 실적 이상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