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대우조선 참사' 재발 막으려면
대우조선해양은 한국 부실기업사(史)에서도 ‘대형 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7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 회사를 2006년 이후 맡은 전·현직 사장 세 명(남상태·고재호·정성립)이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거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전 수장 세 명(민유성·강만수·홍기택)도 대우조선 관련 비리 혐의로 수사받을 처지다. 이렇게 10여년간의 경영진과 대주주 관계자가 모두 부패 혐의자가 된 회사는 유례가 없다.

민영화 기회 번번이 놓쳐

이 비극의 원인은 대우조선이 너무 오랜 기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이 회사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다. 자산 10조원이 넘는 세계적 조선사가 ‘주인’ 없이 국책은행 관리를 받은 세월이 17년이다. 그 사이 사장에서 사외이사 선임까지 정치권과 정부가 숟가락을 얹었고, 전문성도 책임감도 없는 대주주는 수수방관했다. 이런 회사가 곪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할지 모른다.

대우조선이 주인을 찾을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주인 찾아주는 매각이 추진됐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가 반대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특정 기업에 대우조선을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에 일부 지분을 팔고 나머지는 국민주로 매각하자고 제안했다. 주인 없는 회사로 계속 남겨두자는 얘기였다. 그건 노조의 강력한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도 대우조선은 주인을 찾을 뻔했다. 대우조선 매각입찰에서 6조3000억원을 써낸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한화가 대금 분납을 요청한 것을 산업은행이 거부해 매각이 무산됐다.

정부나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주인 찾아주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 처지에선 대우조선을 팔아 얻을 게 없다. 잘 팔았다는 칭찬도, 경제적 이득도 나올 게 없다. 낙하산 자리와 민원 창구 하나가 사라질 뿐이다. 그동안 투입한 공적자금보다 한 푼이라고 싸게 팔면 ‘헐값 매각’시비로 곤욕을 치를 게 뻔하다.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았다가 헐값 매각 시비로 구속된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사례에서 비롯된 ‘변양호 신드롬’은 아직도 선명하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더딘 까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금까지 투입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온전히 회수할 만큼 비싼 값으로 팔긴 힘든 게 현실이다. 언제 팔아도 헐값 매각 시비가 붙게 돼 있다. 팔면 욕먹고, 안 팔면 이득인데 어떤 바보가 팔겠는가.

헐값 매각 시비하지 말자

주인 없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건 상식이다. 조선업종에서 같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선 발생하지 않은 비리가 대우조선에서만 터진 것만 봐도 그렇다. 대우조선, 우리은행뿐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양산된 ‘무주공산 기업’의 주인을 서둘러 찾아줘야 하는 이유다.

일단 매각한 사람에게 상은 주지 못할망정 욕은 하지 말자. 투명한 절차로 팔았다면 헐값 매각 시비를 걸지 말자. 부실기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쓴 매몰비용이므로 잊자. 그게 대우조선과 같은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고 국가 경제를 이롭게 하는 길이다.

차병석 산업부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