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캡처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굿와이프’ 캡처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tvN ‘굿와이프’ 11회 2016년 8월 12일 오후 8시25분

다섯줄요약
과거 이태준(유지태)·김단(나나)이 내연 관계인 것을 알게 된 김혜경(전도연). 혜경은 태준을 집에서 쫓아내고 주인공 부부는 별거를 하게 된다. 혜경은 서명희(김서형)와 함께 항우울제 부작용 피해자 측 의료소송을 맡고, 제약사 측 변호사의 꼼수로 재판 변론에 난항을 겪는다. 서중원(윤계상)의 도움으로 혜경·명희는 제약사 측 변호사의 합의를 이끌어낸다.

리뷰
참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현실이 잘 통한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란 게 사실 지루하고 남루하고 뻔해서인지 우리는 더 자극적인 상황, 더 쇼킹한 말, 더 폭력적·선정적인 행동을 발견하면 눈과 귀가 번쩍 뜨여 집중하게 된다. 전도연은 재판 때마다 변호사로서 진실을 말하고 양심을 지키고자 했다. 그동안 혜경은 좋은 성품과 김단·서중원의 결정적 지원과 운발 덕분에 양심을 지키며 승소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럴 수만은 없었다. 진짜 막장 드라마 속 밉상 진상 캐릭터라 해도 될 만한 적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혜경의 상대측 변호사는 자신의 장애를 내세워 제약사의 약 부작용을 물 타기했고, 항우울제 부작용으로 죽은 피해자를 배심원들 앞에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능수능란한 상대측 변호사는 혜경에게 양심보다 실력이 먼저라고 충고한다. 진실·양심은 항우울제 실험 과학자의 말 만큼이나 지루하고 어렵지만, 여기에 과도한 MSG가 첨가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원은 이 MSG 치기를 잘하는 사림이었고, ‘항우울제가 성욕을 감퇴시킨다’며 과학적 진실을 뻥튀기시켜버리자, 그제야 배심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증인의 말에 집중한다.

혜경 측 증인의 말은 진실이 아니고 막장 드라마처럼 현실에 조미료를 뿌려댄 것이지만, 혜경 부부 사이는 실제 막장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게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태준은 혜경에게 김지영(김단)과의 일은 오래 전 일이었다며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한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당신은 서중원에게 빠져있지 않냐고 따진다. 아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하기보다 나를 따라 아내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좋다고 여기는 사람, 아내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닌 아내가 필요한 사람, 그게 바로 태준이었다. 태준은 아내는 물론 남에게 어떻게 베풀지 모르는, 아니 베풀 생각조차 안 하는 인간이었으니, 혜경이 그에게 “꺼져!”라고 외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혜경도 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태원은 정신적인 바람 없이 육체적인 바람을 핀 것이고, 혜경은 정신적인 바람을 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 태원은 엠버에 이어 이번엔 김단까지 최소 두 여자와 바람핀 것이 밝혀졌고, 혜경은 로펌 상사이자 친구인 중원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태원의 내연녀였던 김단은 그의 아내 혜경과 일하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막장 중의 막장’이다.

‘굿와이프’에서 치정·불륜으로 얽힌 주인공들 간의 꼬인 관계는 많은 일일·주말 드라마에서 봐온 관계구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굿와이프’가 그렇고 그런 일일·주말 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건 여주인공은 신념 지키기와 무조건 재판부터 이기기 둘 중 하나를 고민하는 복합적인 내면 상태를 보여주었고, 서중원도 마음 속 감정이 변화하고 정리가 안 되는 지극히 사실적인 인간 내면 심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굿와이프’는 선과 악으로 등장인물을 양분하고, 좋아하면 무조건 좋고, 싫어하면 무조건 괴롭히는 흔하디흔한 국내 불륜 막장극에서 본 적 없는 ‘낯선 심리’를 보여준다. 한국 드라마에선 낯설지만 현실생활 속에선 전혀 낯설지 않은 부부·연인 사이 계속 변화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수다포인트
– 박정수 시어머니, 모르면 제발 가만히 좀 계세요.
– 11회의 명대사, “꺼져!” 사이다 전도연
– 전도연이 유지태 집 쫓아내는 와중에 ‘직X’ 부동산직거래 깨알 광고, 심각한 극에서 잠시라도 광고 보고 가라는 건가요? 대놓고 광고하는 PPL
– 김서형도 멋진 여자인데 몰라보고. 기자들 대놓고 전도연에게만 질문하고 집중하네. 김서형의 굴욕.

이윤미 객원기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