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고은지 기자=핸들에서 손을 떼고 운전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정부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 후 공동 발표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자율주행차와 경량소재를 꼽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두 분야에서 아직 선진국의 80%에도 못 미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차와 경량소재에 각각 수천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것은 미래의 먹거리로 급부상한 분야를 선제로 파고들어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취지에서다.


◇ "놓치면 안 된다"…자율주행차에 5천700억 투자
정부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2025년에는 전체 자동차 신차 시장의 4%, 2035년에는 75%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뿐 아니라 연관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래의 훌륭한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차를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삼아 육성하려는 데는 현재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센서 등 핵심부품과 시스템반도체를 우리 힘으로 개발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 깔렸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자율주행차 기술은 선진국의 77.5%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환 산업기술정책관은 "현재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 5위인데 자율주행차 시장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이 지위조차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자율주행차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8년간 자율주행차 육성을 위해 5천700억원을 투자한다. 우선 자율주행에 필요한 주변 상황 인식 카메라, 레이더/라이다(레이저 레이더), 차량-외부 통신모듈, 3D 디지털 맵, 통합제어기, 자율주행기록장치, 측위, 운전자 모니터링 등 8대 핵심부품을 2019년까지 개발한다. 국내의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영상처리, 통신 등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기술은 2021년까지 확보한다.

정부는 인공지능 기반 인식률 제고 기술, 가상증강현실 활용 시험시스템,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플랫폼, 차량흐름 최적화 기술, 통신보안, 클라우드 연동 맵 기술 등 6대 융합 신기술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원활한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자동차와 ICT 업계 간 융합·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규격화된 인터페이스로 설계한 자율주행차 공통 플랫폼을 2021년까지 개발해 ICT 기업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시범운행은 내년부터 2년간 대구에 만들어지는 자율주행차 규제프리존에서 이뤄진다.

정부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자율주행차 세계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고 신규 강소기업 100개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철강강국 한국, 경량소재로 재도약한다
자율주행차 못지않게 미래산업을 이끌 먹거리는 경량소재다. 자동차, 항공기, 로봇 등에 들어가는 경량소재 시장은 2015년 175조원에서 2023년 47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태양광만으로 세계 일주를 해서 화제를 모은 스위스의 장거리 태양광 항공기 실험 프로젝트인 '솔라 임펄스2' 프로젝트 또한 탄소섬유를 사용해 항공기의 무게를 대폭 줄였기에 가능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경량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2년 '경량소재 프로젝트',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3년 '미래개척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량소재 분야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일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철강·화학 산업에서 세계적인 제조기술과 설비운영 노하우를 보유해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타이타늄·마그네슘·알루미늄·탄소섬유를 4대 경량소재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 7년간 4천800억원을 들여 집중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항공용 구조체에 주로 쓰이는 타이타늄은 2020년까지 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023년까지 미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번째 수출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수출액은 130억달러다.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은 자율주행·전기차용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합금을 2022년까지 개발한다. 현재 일부 연구기관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기업과 공동으로 전기차 차체용 합금소재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 탄소섬유는 자동차·항공기용을 중심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문 연구기관 주도로 원천기술과 원가절감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소재기업에 이전해 2023년까지는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정책관은 "이미 우리는 탁월한 생산기술을 보유한 만큼 원천기술만 확보하면 경량소재 시장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