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4기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일상적인 점검을 위해 꺼놨다”고 설명하지만 혹서기 가동 중단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전력업계 반응이다.

누진제에 대해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전력예비율이 위험 수위인데 누진제 완화로 수요가 늘면 제2의 전력대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개편에 반대해놓고 원전 가동을 중단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폭염 속 '이해 못할' 원전 4기 가동 중단
11일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고리 2호기, 신고리 2호기, 한빛 2호기, 월성 1호기가 최근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주에는 신월성 1호기까지 5기가 멈춰있었으나 신월성 1호기는 이번주 가동을 재개했다.

2013년 5월 한수원 직원들과 납품업체가 원전 부품성적서를 위조한 ‘원전 비리’ 여파로 3기가 가동을 중단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게 많은 원전이 동시에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비를 위해 원전 1~2기를 꺼두는 경우는 있지만 한꺼번에 4~5기를 멈추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혹서기인 8월 첫째주와 둘째주는 전력 수요가 많아 모든 원전을 완전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누진제를 고수하려는 정부가 전력예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한수원 관계자는 “18개월 주기로 하는 계획예방정비이고, 그동안 발전소를 많이 지어 4기를 가동 중단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