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질환이 잦으면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 정신건강센터의 헬레네 룬드-소렌센 박사 연구팀이 700여만 명의 32년간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0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감염 치료를 위해 입원한 사람은 심각한 감염 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자살률이 4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룬드-소렌센 박사는 밝혔다.

특히 에이즈 바이러스 또는 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한 사람은 자살률이 2배 이상 높았다.

감염으로 입원한 사람은 감염의 종류와 거의 상관없이 자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신 관련 감염은 유일하게 예외였다.

또 감염 빈도가 잦거나 감염 치료 기간이 길수록 자살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감염 질환 외에 다른 질병, 소득수준, 우울증, 약물남용 등 여러 자살 위험요인을 고려했지만, 감염과 자살률 증가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은 여전했다.

이는 자살이 정신질환과만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며 감염도 자살과 생물학적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룬드-소렌센 박사는 지적했다.

32년 동안 약 11%인 80여만 명이 에이즈, 간염 외에 폐, 소화기관, 혈액, 피부 감염으로 입원했다.

같은 기간에 자살한 사람은 3만2천700명이고 이 중 4분의 1이 각종 감염 질환으로 입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밴 앤델 연구소(Van Andel Research Institute) 퇴행신경과학 센터의 레나 브룬딘 박사는 심각한 감염 질환에서 오는 심리적인 충격이 자살을 부추길 수는 있겠지만, 감염 자체가 뇌에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자살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논평했다.

감염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특정 감염 질환과 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인 인터페론 투여 환자는 최대 45%까지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염증은 부상과 감염에 대한 신체의 면역반응으로 나타난다.

면역반응으로 염증성 물질들이 증가하면 이들이 중추신경계에 침투, 뇌 기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브룬딘 박사는 말했다.

임상적 우울증이 있거나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은 혈액, 뇌척수액, 뇌에서 면역반응으로 만들어진 염증성 물질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AMA) 학술지 '정신의학'(Psychiatry) 온라인판(8월 10일 자)에 게재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