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 공동연구진 성과 '네이처'에 발표

기생충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다.

이중 샤가스병, 리슈만편모충증, 수면병 등 세 기생충 질환은 해마다 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최근 이들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됐다.

영국 글래스고대와 요크대, 미국 워싱턴대, 노바티스 게놈 연구재단(GNF)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네이처'(Nature) 8일자(현지시간)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기생충 전문가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샤가스병은 급성기에는 감기 증상 비슷하게 지나가지만, 이 중 20~30%는 (기생충이) 심장과 소화관을 침범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일으킨다.

리슈만편모충증은 피부에 심한 궤양을 일으키는 피부형과 간과 비장 등 내장을 침범하는 내장형으로 구분되는데 내장형은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한다.

수면병은 파동편모충이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증식해 심한 뇌염을 일으키며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은 증상을 일으켜 '수면병'이라고 부른다.

역시 치사율이 높다.

서 교수는 "세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은 모두 편모충류에 속하며 생활사 등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영국과 미국 연구진 역시 각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염기서열을 비롯한 생물학적 특징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기생충의 운동기관인 편모에 있는 '단백질 분쇄기'인 프로테아좀을 치료제의 타깃으로 잡고, 프로테아좀의 기능을 막는 약물(GNF6702)을 합성했다.

연구진이 각 기생충에 감염된 쥐에게 약물을 먹이자 약물은 뇌와 세포 등에 사는 기생충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쥐에게는 약물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앞으로 임상 연구를 하기 위해 약물의 독성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 기생충이 분포하는 지역이 대개 생활이 어려운 곳이라 약을 만들어봤자 이익을 얻기가 힘들어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을 꺼리는데, 이번에 연구진이 기생충에 공통적인 타깃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그는 또 "기생충을 죽일 때 숙주에게도 타격을 주는 것이 약의 보편적인 부작용인데 이 약물은 쥐 같은 포유류에게는 작용하지 않으므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들 기생충에 대한 약제는 지금까지 매우 독성이 강해 치료는 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편이었다"며 "최근 다양한 물질을 대량으로 스크리닝해 특효약을 찾는 방법 등으로 새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이뤄지는데, 이 연구도 이 중 하나"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