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 독소 분자의 뉴런 간 이동 과정 영상촬영 성공

극히 치명적인 독소이지만 의료용으로 흔히 쓰이는 보툴리눔 독소(BTX)가 뉴런(신경세포체)들 사이를 이동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영상촬영에도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흔히 보톡스라는 상품명으로 불리는 BTX가 주입 부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체내의 다른 부위로도 확산, 크고 작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9일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등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 에드윈 채프먼 신경학 교수 연구팀은 쥐의 신경조직을 미소유체(Microfluidic)에서 배양해 실험한 결과 BTX 분자가 연결통로인 축삭돌기를 타고 뉴런들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동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이는 BTX 주입 부위와 멀리 떨어진 뉴런에도 독소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줘 BTX의 체내 이동 가능성 등을 둘러싼 기존 의문들을 명확하게 풀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또 독소가 신경망을 타고 여기저기로 이동하고 중추신경계에도 이를 경우 어떤 부작용과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지 등 여러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TX는 클로스트리듐 박테리아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신경독성물질로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독극물이다.

이 독소가 말초신경에서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차단해 근육 마비 등을 일으키는 특성을 활용, 극도로 엷게 희석해 의료용으로 만든 제품명이 보톡스다.

이 치명적 독극물을 희석 정제해 내과, 외과, 신경과, 산부인과, 치과, 성형외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치료용이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독소가 주입 부위에만 머무르며 그곳의 신경세포에만 한정적 효과(독성 작용)를 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허가 이후 실제 사용과정에서 자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며 당초의 전제가 무너졌다.

동물실험에서 다른 부위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9년 "BTX가 주입 부위에서 다른 곳으로 퍼져 보툴리눔중독증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부작용 정보에 추가하도록 했다.

여기엔 부종, 홍반, 감각저하 같은 가벼운 것에서부터 근육약화는 물론 드물지만 삼키지를 못하고 호흡곤란이 오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부작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사망 사례들도 있다.

대체로 과용량 때문이지만 정상 용량주입시에 나타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주입 부위에서 체내 다른 부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은 환자와 실험동물에게 나타난 증상과 결과 등으로만 밝혀졌을 뿐이며 여러 의문과 논란이 있었다.

채프먼 교수팀은 생체외 실험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 독소 분자가 뉴런 간 이동하는 분명한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했다는데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프먼 교수는 클로스트리디듐 박테리아를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독소가 주입 국소에만 작용하고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 안전한 약을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세계 보톡스 시장규모는 약 20억 달러(약 2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세포'(Cell) 8월 4일자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