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유럽 재정위기국가(PIIGS)로 불리면서 나라 경제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좋은 일자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어젯자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스페인 투자가 이어진다”며 유연한 해고를 보장한 노동개혁과 우수한 부품공급망이 그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이 유럽에서 2위, 세계적으로 8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로 발돋움한 데는 2012년 노동개혁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재정위기 극복과정에서 스페인은 장기근무자에 대한 해고를 쉽게 하면서 파업 등 실력행사는 어렵게 하는 쪽으로 노동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10억유로 투자로 500명을 추가고용한 것이나 포드가 2020년까지 23억유로를 더 투자키로 한 것 등은 그 결실이다. 지난해 스페인이 270만대를 생산해 80%를 수출한 것이나 자동차산업의 GDP 비중이 2005년 5.2%에서 지난해 8.7%로 증가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3.2%)도 EU 평균(2.0%)보다 월등히 높다.

이탈리아 경제가 근래 호조세를 보인 것도 2014년 말의 노동개혁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탈리아 노동개혁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정규직 신규채용은 전년 대비 47%나 증가했다. 임금인상 제한, 파업금지, 전환배치 허용 등 굵직한 개혁안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경직된 노동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탈리아 경제도 지난해 4년 만에 플러스(0.6%)로 돌아섰고 일자리도 128만개가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암담하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이라 했던 노동개혁안은 국회로 넘어간 뒤 감감무소식이다. 국회는 노동시장 개혁에는 관심조차 없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노동개혁안은 해고 유연성 등 본질에 접근한 것이었다. 노조의 기득권에는 손도 못 대고 생산성은 퇴보하는 이런 한국에서 한국GM이나 현대자동차가 생산을 계속 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