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씨마디지텍 대표가 자사 LED TV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김현석 씨마디지텍 대표가 자사 LED TV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작년 8월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반값 TV’가 올라왔다. 32인치 LED TV가 10만원대 중반에 불과했다. 중국산 저가 TV가 아니었다. 씨마디지텍이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끝판왕’으로 불렸다. 입소문을 타고 한 달 만에 5000여대가 팔렸다. 쿠팡과 티켓몬스터 등에서도 잇달아 ‘대박’을 냈다. 김현석 씨마디지텍 대표는 “작년에만 180억원어치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100% 국내 생산 TV

씨마디지텍 LED TV는 100% 국내 생산품이다. 이 회사는 경기 파주시 공장에서 TV를 만든다. 패널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것을 주로 쓴다. 다른 부품도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TV보다 성능이 크게 뒤지지 않는 이유다. 김 대표는 “영상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드와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 부품을 사서 조립한 중국산 TV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연결 포트를 많이 둔 것도 특징이다. 노트북 게임기 홈시어터 카메라 등을 연결하는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포트만 세 개다. 모바일 고화질 링크(MHL)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 화면을 TV로 볼 수도 있다. 1인 가구와 20~30대 청년 소비자 취향을 고려했다.

사후관리도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전문수리업체와 손잡고 제주를 포함해 전국 180여곳에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콜센터에선 24시간 고장을 접수한다. 1년간 무상 수리도 해준다.

◆美 ESPN에 비디오월 공급

김 대표는 2000년 씨마디지텍을 창업했다. LCD(액정표시장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등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격히 커진 시기다. 한때 연매출이 400억~500억원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에서 저가 TV가 쏟아져 들어온 탓이었다. 국내 수백여개 중소업체가 문을 닫았다. 가격으로는 경쟁이 안 됐다.

김 대표는 연관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여러 개 LED TV를 이어붙여 한 화면처럼 움직이는 비디오월, 화면을 칠판처럼 쓰는 전자칠판 등이었다. 수출하기 위해 1년에 20여곳씩 전시회를 찾았다. 성과가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 비디오월이 팔려 나갔다. 관공서, 기업 등에서 쓰기 시작하더니 방송국에까지 들어갔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 캐나다 로이터통신 등이 씨마디지텍 비디오월을 스튜디오에서 썼다. 중국의 한 광산 상황실엔 60인치 LED TV 100개를 연결한 비디오월을 납품했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화면이 컸다. 지금까지 세계 34개국에 수출했다.

◆“4K 등 고화질 TV 내놓겠다”

작년부터는 본업인 LED TV 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아니라 가격과 성능만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씨마디지텍은 기존 HD보다 화소 수가 네 배 더 많은 4K TV 등 TV 제품군을 꾸준히 늘려갈 예정이다. 모니터도 곧 내놓는다. 게임할 때 몰입감이 좋은 ‘커브드 모니터’를 PC방에 판매할 예정이다. 블루투스 스피커, 사운드바 등 음향장치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 프리미엄 제품과 중국산 저가제품 중간에 있는 틈새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