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그룹에서 이른바 '커넥티드(Connected)'라 불리는 연결성 프로젝트의 책임자 대부분은 IT업계 출신들이다. 며칠 전 뮌헨에서 만난 랜디 카바이아니 이사도 과거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친 인물이다.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자동차를 똑똑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지능을 만들어주고, 외부 정보를 최대한 연결해 운전자의 판단을 보조하거나 때로는 대신해주는 것이다.

[칼럼]입장 뒤바뀐 IT와 자동차의 인재 전쟁

이 처럼 최근 IT와 자동차업계의 인재영입은 '전쟁'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활발하다. IT는 자동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자동차는 IT를 접목시켜 자동차시장을 여전히 지배하려는 의지가 강해서다. 궁극은 두 업계의 협업이 되겠지만 제아무리 협업이라도 주도권은 결코 놓지 않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는 인재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 모바일을 비롯해 IT 경력자 물색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개발 경험자를 자동차로 불러들여 IT 기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선 인재영입밖에 방법이 없다. 반면 최근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확정한 삼성전자는 현대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내 자동차 전장 연구인력에 군침을 흘린다.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초기에 확고한 기반을 다지려면 자동차 경력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출신 인재영입에 한창이다. 특히 완성차 외에 보쉬, 콘티넨탈 등의 자동차 개발 경험자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일단 자동차 및 부품분야 부문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부문장이 자리를 옮기면 그를 따르던 개발자도 함께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반대로 BMW도 그렇듯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회사를 비롯해 대형 부품사들은 실리콘밸리의 IT인력은 물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인텔 출신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IT는 결국 합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전제는 협업과 경쟁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완성차 인력을 끌어들여 자동차사업에 진출한다면 포드와 GM이 IT 인력을 확보해 스마트 휴대용 디바이스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한 마디로 포드 스마트폰, GM 스마트폰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뜻이다. 현대 기아차도 훗날 IT 인력이 풍부해지면 자동차 접목이 가능한 다양한 디바이스를 내놓게 되고, 이후 휴대용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양 업계의 협업은 필연이 아닐 수 없다. 점차 똑똑해지려는 자동차에 필요한 게 IT이고, IT 확장선상에서 가장 큰 시장이 자동차여서다. 따라서 훗날 주도권 싸움은 불가피하다. 뇌를 만드는 IT와 신체부터 팔 다리, 각종 장기를 140년동안 만들어 온 자동차는 결국 같은 길의 끝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이 때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두고 지금은 서로 물밑 경쟁을 하는 형국이다.

지인 중에 자동차와 IT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 있다. 자동차로 시작해 IT기업이 추진하는 EV 개발에 참여하며 경험한 얘기를 듣다 보면 흥미진진하다.

"협업이요? 지금은 갑과 을의 관계가 확실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놓고 볼 때 삼성전자가 을이지만 언젠가 자동차시장 판도가 지능형 및 EV로 옮겨 가면 삼성이 자동차에 뛰어들 것이고, 그 때는 을이 아니라 또 하나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에 대해 삼성이 자동차사업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막상 해보면 자동차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테니 말이다. 그래서 인재영입 경쟁은 미래 자동차와 IT업계 간 소리없는 전쟁의 서막이나 다름없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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