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와 세단만을 고집해 온 재규어가 SUV로 새로운 영역을 도전한다. 단순히 세그먼트의 확장이 아니다. 장기인 모터스포츠 노하우와 랜드로버의 SUV 기술력을 접목했다. 그렇다고 해서 랜드로버와 같은 정통 SUV로 불리기는 거부한다.

스포츠카 F-타입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에 SUV의 실용성을 더했으며, 달리기 성능은 본래 재규어 것을 유지했다. '퍼포먼스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는 재규어 최초의 SUV, F-페이스를 강원도 일대에서 시승했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스타일
처음 선보이는 세그먼트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외관 어디를 봐도 한눈에 재규어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 만큼 기존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재규어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은 외관 디자인에 있어 병적으로 비율에 집착한다. F-페이스의 측면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스포츠 쿠페를 연상시키는 롱노즈 숏데크의 스타일이 완벽한 비율로 구현했다. 길이가 4,731㎜에 달할 만큼 제법 큰 덩치임에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전면의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예리한 헤드 램프가 차 전체 분위기를 이끈다. 이안 칼럼은 그릴과 헤드 램프만으로 재규어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한다. 뒷모양은 F-타입을 떠올리게 하는 리어 램프와 다소 면적이 좁은 윈도가 눈에 들어온다. 한껏 솟은 엉덩이와 다운포스 증대를 위한 리어 스포일러 등이 스포츠 정체성을 강조하는 요소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실내에서도 재규어의 정체성은 이어진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도어트림 안쪽에서 시작한 곡선이 대시보드까지 감싸고 들어온다. 이는 요트에서 영감을 얻은 랩 어라운드 방식으로, 1열 탑승자에게는 마치 항공기 조종석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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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포지션은 SUV와 스포츠카의 장점을 결합했다. 시야 확보에 유리하면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구현했다.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스웨이드 소재를 채택한 필러와 지붕들은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런 멋을 자아낸다. 우드트림과 카본트림의 쓰임새도 적절하다. 소재에 쏟은 정성이 오롯이 느껴진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12.3인치의 버추얼 인스트루먼트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한다.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과 비슷하지만 XJ에 가장 먼저 탑재한 기술이다. 4개 모드 중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적용, 주행 편의성을 높였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앞서 XE, XF에 적용했던 '인컨트롤 터치 프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동일한 방식으로 조작이 간편한다. 수입차업계 최초로 인컨트롤 앱 기능을 활용한 T맵 서비스를 적용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성능
시승차는 2.0d와 3.0d 등 2종이다. 2.0d에 탑재한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은 최고 180마력, 최대 43.9㎏·m의 성능을 낸다. 3.0d의 V6 3.0ℓ 디젤은 최고 300마력, 최대 71.0㎏·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모두 자동 8단과 조합하며 구동방식은 상시 사륜구동이다.

시승은 인제 서킷과 와인딩 구간이 주를 이룬 온로드코스 그리고 한석산의 오프로드 구간에서 진행했다. 모든 형태의 주행구간에서 F-페이스의 달리기 능력을 시험해보라는 재규어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3.0d는 넉넉한 힘과 무게감있는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2,070㎏의 육중한 체중임에도 서킷에서 질주가 굼뜨지 않다. 직선구간에서는 300마력의 출력을 마음껏 뽑아낸다. 인제 서킷은 고저차가 심하기로 유명하지만 오르막 코스라고 주저하지 않는다. 서킷 특유의 거칠고 과격한 코너 주행에서도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물론 일반 스포츠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SUV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2.0d의 경우 가속감에 있어 3.0d와 차이가 날 뿐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무게는 150㎏이 적은 덕분에 몸놀림이 가볍고 경쾌하다. '이 육중한 덩치에 2.0ℓ이 가당키나 할까'라는 의심이 무색할 정도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서킷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밖으로 나가 한계령 일대의 와인딩 구간에서 시승을 이어갔다. 좁고 연속되는 곡선구간에서 도로를 움켜쥐는 힘이 상당하다. F-페이스의 토크 온 디맨드 AWD 시스템은 평상시 구동력이 리어 액슬로 향하는 후륜구동 특성을 유지하다 큰 접지력을 요구할 때 0.165초만에 앞바퀴로 구동력이 몰린다. 실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쉴새없이 구동력이 변화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코너를 빠져나갈 때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아주면 바퀴 안쪽에 제동을 걸어 바퀴가 미끄러지는 걸 방지한다. 덕분에 코너에서 탈출속도가 빠르다. 도로를 움켜쥐며 돌아나간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즉각적이다. 게다가 가볍지만 단단한 알루미늄 차체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아 좀 더 과감한 주행을 부추기게 했다. 서스펜션도 인상적이다. 특히 인테그럴 링크 후륜 서스펜션의 감각은 일반 도로나 산길이나 조화롭다. 정교하면서도 민첩하다.

[시승]확실한 영역 확장, 재규어 F-페이스

오프로드 구간에 들어섰다. 기존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에 저속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추가했다. 시속 3.6~30㎞에서 속도를 설정하면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꾸준히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예측할 수 없는 노면상황에 따라 엔진 출력과 트랙션을 최적화하며 무리없이 전진한다.

▲총평
프리미엄 SUV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리고 형제 브랜드 랜드로버는 여전히, 또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재규어가 F-페이스를 개발한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는 실용적인 스포츠카를 선보이고 싶어서다. '실용'은 그 동안 재규어가 고려했던 항목이 아니었고 '스포츠' 감성은 랜드로버에선 아쉬운 대목이었다. F-페이스는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양립하지는 못했지만 이상에 가까운 타협점을 찾아냈다. 판매가격은 7,260만~1억640만 원.

인제=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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