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퍼포먼스(iPerformance)', 'e머신(e-Machine)', 'e엔진(electric engine)', 'e드라이브(eDrive)', '나우(Now)', '이피션시 다이내믹스(Efficiency Dynamics)' 등. 얼핏 보면 혼동스럽지만 나열한 모든 단어가 BMW가 만들어낸 이른바 '브랜드(Brand)'다. 기업, 기술, 제품 성격 등도 브랜딩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알려진 일반명사보다 BMW만의 고유 명칭을 만들어낼수록 소비자에게 색다른 인식을 준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르포]BMW의 끊임없는 브랜드 만들기

지난 4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최한 '2016 BMW 이노베이션데이'에서 BMW는 다양한 혁신기술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건 'i' 브랜드로 집약한 친환경분야다. 단순한 친환경 이동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개발과정부터 사용 후 회수하는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 기술을 접목하고,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활용할 때도 생활에 가장 밀접하도록 만들어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 에너지를 적게 사용토록 하면 그 것 자체가 친환경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BMW가 고유 철학으로 삼은 '역동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래서 'i' 브랜드에 '퍼포먼스'를 붙여 이른바 'iPERFORMANCE'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BMW의 고성능 버전이 'M'이라면 'i' 브랜드의 고성능 버전이 '아이퍼포먼스'다.

이 회사 하인리히 슈바호퍼 i3 제품매니저는 "기본적으로 'i' 브랜드 기술을 다른 제품에까지 확대 적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역동성을 잃지 않는 게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르포]BMW의 끊임없는 브랜드 만들기

친환경 제품에도 BMW가 역동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건 제품 철학 때문이다. 효율과 고성능에 대한 집념이 지금의 BMW를 만든 원동력이라면 EV도 IT 디바이스가 아니라 자동차임을 드러내는 게 보다 명확한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판단한다. EV도 자동차이고, IT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수반하는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철학인 셈이다.

BMW는 그래서 다른 기업과 달리 전기모터를 'e머신'으로 부르고, 흔히 내연기관에서 '파워트레인'으로 일컫는 부분도 '일렉트릭 엔진', 즉 'e엔진'으로 명명한다. 또 내연기관의 네바퀴굴림을 'x드라이브'로 부른다면 EV, HEV, PHEV에서 전기구동은 'e드라이브'라 칭한다. 친환경 브랜드를 'i'라는 이름으로 독립시키긴 했어도 결국은 자동차의 연장선에서 해석하자는 입장이다. 자동차의 진화는 전통적인 엔진에서 전기 중심의 'e엔진'으로 바뀌었을 뿐 기본은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르포]BMW의 끊임없는 브랜드 만들기

BMW는 그러나 서비스 변화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EV에 커넥티드 기능을 넣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만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우(NOW)'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었다. 신용카드 등을 자동차에 등록해 놓으면 유럽 내 계약한 여러 나라의 공공주차장은 물론 사설주차장도 후불결제를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충전도 마찬가지다. 이용자의 번거로움을 최대한 줄여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유럽에는 이미 '나우 서비스'가 활발하다. 주차장에 관한 서비스는 '파크 나우(Park Now)', 충전은 '차지 나우(Charge Now)' 등으로 구분해 제공중이다.

이 회사 안드레아스 벨터 'i' 프로그램 매니저는 "BMW그룹 내 'i' 브랜드의 판매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점차 역할이 늘고 있다"며 "BMW는 제품뿐 아니라 모든 행위도 브랜드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i' 브랜드 제품에 많이 활용하는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물론 유기물, 페트병 등에서도 재생 가능한 친환경 소재마저 '브랜드' 대상이 된다.

현지에서 만난 볼프강 크레머 7시리즈 i퍼포먼스 파워트레인 매니저는 "PHEV인 740Le의 C필러 안쪽 내장재에 i3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섰다"며 "우리는 그 것을 경량화로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i퍼포먼스'의 연장선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게 브랜드 대상이라는 것.

[르포]BMW의 끊임없는 브랜드 만들기

한편, BMW는 최근 i3 EV 배터리 밀도를 이전보다 50% 늘린 제품을 내놨다. 동일한 크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소재의 양을 늘려 보다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토록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고용량 i3는 최장 300㎞까지 갈 수도 있는데, BMW의 제품 철학인 역동성도 훨씬 강해졌다"고 말한다. 토마스 헤르텐스 딩골핑공장 고전압 배터리 R&D 담당은 "최근 선보인 90A 고전압 배터리는 이전 60A 배터리와 크기와 그 속에 들어간 셀의 숫자는 동일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향상된 것"이라며 "단순히 배터리를 키워 멀리 가는 건 의미가 별로 없는 만큼 무엇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덧붙였다.

뮌헨=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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