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섬유업체 벤텍스의 서울 잠실동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냉감섬유 기능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냉감효과를 보여주는 화면. 냉감섬유를 입지 않은 왼쪽 사람은 이를 착용한 오른쪽 사람보다 온도가 높게 감지된다. 벤텍스  제공
토종 섬유업체 벤텍스의 서울 잠실동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냉감섬유 기능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냉감효과를 보여주는 화면. 냉감섬유를 입지 않은 왼쪽 사람은 이를 착용한 오른쪽 사람보다 온도가 높게 감지된다. 벤텍스 제공
올림픽은 기업들의 과학기술 격전지로도 불린다. 촌각의 승부가 메달 색깔을 바꾸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과학기술이 해당 제품을 ‘돈방석’에 올려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포츠과학과 디자인을 접목한 특화 제품을 각국 대표팀 후원을 통해 선보인 뒤 상용화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큰 이익을 본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나이키를 비롯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평균 40% 이상의 매출 증대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선보이는 나이키의 주력 상품엔 한국 토종기업의 섬유과학 기술이 숨어 있다.

나이키도 반한 '토종 섬유과학' 리우 누빈다
1999년 창업한 벤텍스는 지난해 섬유 온도를 낮추는 기술인 ‘아이스필’ 소재 원단 100만야드(약 68억원어치)를 미국과 독일 등에 수출하며 세계 스포츠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아디다스와도 계약을 맺은 이 회사는 글로벌 양대 스포츠 브랜드와 기술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유니클로, 인비스타, 펄이즈미, 노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의류·패션기업이 주 거래처다.

이 회사의 태양광 반사 냉감소재(아이스필 RX)는 미국 나이키가 리우올림픽 전략 아이템으로 선정,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원국 대표선수 유니폼에 적용한다. 아이스필 RX 기술은 올림픽 기간 스페셜 에디션으로 시판하는 나이키 의류에도 적용됐다.

벤텍스는 올초 미국 나이키 본사에서 아이스필 RX 특수원단 500만달러어치(약 55억8000만원)를 발주받아 지난 5월 납품했다. 미국으로 넘어간 원단은 상용화 제품에 쓰여 올림픽 기간 세계 200여개국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토종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 나이키의 ‘러브콜’을 받은 건 틈새시장을 찾아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매달린 결과다. 전체 직원의 25% 이상이 연구 인력이고 자체 기술력으로 72건의 특허와 266건의 기술상표등록 등을 보유하고 있다.

벤텍스의 성공 요인은 ‘오감(五感) 체험 기술’에 있다. 최근 3년간 이 회사가 선보인 ‘1초 만에 마르는’ 속건섬유 드라이존과 태양광 발열섬유 히터렉스, 냉감섬유 아이스필 등은 선수들의 기록 단축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고 등산과 레저 등 아웃도어 의류에도 적용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도 2014년 257억원에서 지난해 17% 이상 증가한 3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54억원이다. 의류산업 전반의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올림픽 특수와 유럽, 남미 등 신규 거래처 문의가 늘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벤텍스를 이끌고 있는 고경찬 대표는 대학 시절 섬유공학을 전공한 뒤 최근 의과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피부과)를 취득했다. 평소 피부과학을 제대로 알아야 앞선 기술력을 유지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입는 과학으로 평가받는 스포츠 섬유과학 분야는 의료와 헬스 등을 접목한 융합기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스포츠 기반 기술력을 바탕으로 캐주얼, 라이프스타일 패션, 국방 특수소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