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기업 연구원 네 명 중 한 명이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연구원은 거의 없어 고급 두뇌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3일 발표한 기업 연구개발(R&D) 현황 자료인 ‘KOITA R&D 인덱스’를 보면 지난해 이직한 연구 인력은 대기업 8%, 중견기업 13.6%, 중소기업은 24.2%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 연구 인력 변동이 대기업과 중견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연구원의 이직이 많은 이유는 불안정한 환경 탓이다. 연구 인력 양성과 관련해 대기업의 87.9%가 교육기회를 주고 있다고 답한 데 비해 중소기업은 63.7%에 그쳤다.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연구원에게 능력 향상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관리도 고급 두뇌의 이직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적인 R&D관리시스템(PMS)을 바탕으로 과제를 관리하는 대기업은 72.7%에 이르지만 중소기업은 18%에 머물렀다.

중견기업은 연구원 이직률이 중소기업보다 낮지만, 핵심 인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66.7%, 중소기업의 50.2%가 핵심 인력을 별도 관리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중견기업은 34.9%에 그쳤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 연구원 이직자 10명 중 4명(20%)이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대기업과 다른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신규 연구 인력 확보가 어려운 이유로 ‘수도권 연구소 선호 경향이 강해서’(37.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중견기업은 ‘유능한 연구인력의 소재, 경력 등 정보 부족’(53.5%)을, 중소기업은 ‘인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 부족’(42.9%)을 가장 큰 애로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 내 연구소를 보유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