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중심으로 매매시장 강보합세, 입주물량 늘어 전셋값 상승세 꺾인다
휴가철 이후 주택시장은 전통적인 성수기에 접어든다. 가을 이사철로 접어드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매매시장이 ‘강세’보다는 ‘강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국내 경제 불확실성 확대, 대출 및 보증심사 강화 등 악재가 있어 작년의 급등세를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면서 완만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시세 대비 저렴하게 분양되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시장에선 지역별 편차가 여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는 지역이 점차 늘어날 것이란 견해도 많았다.
서울 재건축 중심으로 매매시장 강보합세, 입주물량 늘어 전셋값 상승세 꺾인다
매매시장 완만한 상승…전세시장 안정

휴가철 이후 주택 매매시장 전망에 대해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시적 거래 부진이 나타날 수 있으나 저(低)금리 지속에 따른 유동성 확대, 전세의 매매전환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원장은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폭을 0.3%로 전망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선 “수도권과 지방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늘면서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상승폭이 둔화하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전국 입주 물량은 7만1406가구(수도권 3만4870가구, 지방 3만6536가구)에 이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의 견해도 비슷했다. 박 전문위원은 “향후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시장은 안정 기조에 접어들었다”며 “경기는 공급 물량 증가, 서울은 수요 감소 때문에 전세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을 피해 서울과 맞닿아 있는 수도권 거주지인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경기 성남·하남 위례신도시, 경기 남양주 택지지구 등으로 이주가 늘면서 서울의 전세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전문위원은 “매매시장은 수도권의 경우 견조한 흐름이 예상된다”며 “지방은 대구, 울산, 경남 거제 등 공급 과잉이나 지역 산업 침체 요인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은 하향 조정이 계속되는 반면 수도권은 매매·전세시장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규모 임대소득 비과세 기간 연장 등 정부가 밝힌 세법 개정안도 전세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 중인 전·월세 상한제 등 일부를 제외하면 하반기 시장을 흔들 만한 변수가 특별히 없다”며 “오히려 상반기보다 호조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과잉에 대한 여파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극화 속 분양 호조는 지속

통상 휴가철인 이달은 분양 비수기로 통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3만2200여가구가 새로 공급된다. 예년 평균보다 1만여가구 많은 물량이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도 많다. 고(高)분양가 논란으로 분양가를 낮춘 서울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디에이치 아너힐즈)을 비롯해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 홍은동 북한산두산위브, 장위동 래미안장위 등이 이달부터 분양 예정이다.

분양마케팅업체 건물과사람들의 최창욱 사장은 “서울은 신규 공급 물량이 워낙 적어 분양시장은 여전히 호황을 이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등도 마찬가지로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이 드물었던 부산 해운대구 등도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반면 경기 평택, 인천 송도 등 일부 지역은 다소 물량 부담이 나타나고 있고 대구 울산 등은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 역시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근 수도권 지역 입주 물량이 많은 서울 송파·강동 등과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다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인 가을까지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센터장은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지방 일부를 제외하고 수도권은 새 아파트 공급량이 그렇게 과도하지 않다”며 “월세 전환 속도를 감안하면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시장에 대해선 “수도권은 서울 재건축을 중심으로 견고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2014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오른 가격 부담 때문에 내년 이후부터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