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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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서류를 위조해 불법인증을 받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2일 인증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들 차량은 이날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됐다.

인증이 취소된 80개 모델은 2009년부터 지난달 25일까지 판매된 차량이다. 위조 서류별로는 배출가스 성적서 위조가 24개 차종으로 가장 많았고, 소음 성적서 위조는 8종이었다.

이번에 인증 취소된 차량의 국내 총 판매대수는 8만3000여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인증 취소를 받은 12만6000대를 합치면 모두 20만9000여대가 허위인증 차량으로 드러난 것이다. 폭스바겐이 정식 수입판매를 시작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전체 차량 30만7000여대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한 47개 모델에 대해선 과징금 178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한국서 '사실상 퇴출'
폭스바겐은 독일에서 인증받은 차량의 배출가스 및 소음 성적서를 다른 차량의 성적서로 위조해 제출했다. 정상 인증을 받은 아우디 A6 차량의 성적서를 인증 실적이 없는 A7의 것으로 위조해 제출하는 식이었다. 지난달 25일 청문회에서 폭스바겐은 “인증서류가 수정된 것은 인정하지만 해당 차량은 배출가스와 소음 기준을 만족할 수 있어 인증취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환경부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인증을 받은 것은 법률에 따른 인증취소 사안으로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과징금은 쥐꼬리 수준

이번에 인증취소 처분을 받은 차량은 32개 차종, 80개 모델이다. 판매가 중지된 유로5 차량이 일부 포함됐지만 대부분(27개 차종, 66개 모델)은 최근까지 판매된 ‘현역’이다. 팔린 차량은 8만3000여대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라 인증취소된 12만6000여대를 합치면 21만대로 불어난다.

환경부가 위조 차량에 부과하기로 한 과징금은 178억원이다.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해 판매한 24개 차종(47개 모델) 5만7000여대에 대한 것이다. 소음 성적서를 위조한 8개 차종 2만6000여대는 빠졌다. 소음·진동관리법에 과징금 부과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지난달 25일 판매를 중단한 것도 과징금이 줄어든 이유다.

지난해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인 대기환경보전법이 발의돼 지난달 28일 시행됐다. 하지만 이보다 사흘 앞서 폭스바겐이 판매를 중지함에 따라 최대 10억원이라는 이전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대기환경보전법을 넘어서는 법적 근거가 별도로 없어 페널티를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폭스바겐 이 한국 정부에 내는 과징금은 이번 178억원에 지난해 배기가스 조작으로 인한 과징금 141억원을 더해 319억원이 됐다. 21만여대가 판매된 한국에서 폭스바겐이 내는 과징금은 어림잡아 대당 15만원에 그친다. 반면 미국에선 48만대를 속여 팔아 배상금 등으로 총 147억달러(약 16조3000억원)를 물게 됐다. 대당 3400만원에 이른다. 홍 과장은 “국회에서 현 과징금 체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법률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논의되면 같이 참여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고차 거래는 문제없어”

인증 취소된 차종 중 ‘A5 스포트백 35 TDI 콰트로’ 등 3개 모델은 지난해 10월부터 도입한 환경부 수시검사 과정에 무단으로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형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은 질소산화물을 저감하기 위해 장착된 선택적 촉매환원장치에 문제가 생겨도 경고등이 켜지지 않는다. 이 차종은 지금까지 5800여대 팔렸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에 수시검사 불합격을 통보하고 구형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차량에 대해 신형 소프트웨어로 고치도록 결함시정(리콜)을 명령했다.

환경부는 이번 인증 취소와 과징금 부과로 기존 차량 소유자가 차량을 소유하거나 매매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인증 취소된 차량을 다시 인증 신청할 경우 서류 검토뿐 아니라 실제 실험을 포함한 확인 검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