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백화점 선물세트 매대에서는 5만원 이하 상품을 과거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므로 당장 올 추석(9월 14∼16일)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백화점 업계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리며 사전 대응에 나섰다.

한우나 굴비는 5만원 이하 상품 구성이 어려우므로 키위 같은 수입 과일이나 건식품, 가공식품, 공산품 위주로 5만원 이하 상품이 새롭게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을 앞두고 통조림, 햄 등 가공식품과 치약, 샴푸 등 생필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 10개 품목에 대해 10억원어치 물량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5만원 이하 와인세트, 건강선물세트 등을 늘리고, 구성품 개수를 기존보다 줄인 청과세트와 건과·곶감 세트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5만5천원에 판매하던 키위 선물세트의 가격을 5만원으로 맞추기 위해 24개입에서 20개입으로 개수를 줄인 세트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밀감세트, 골드키위 세트, 천연조미료 세트, 멸치세트 등 5만원 짜리 상품 30여종을 새로 출시했다.

기존 세트보다 개수를 줄인 '알뜰 사과·배 세트'(사과 5입·배 4입/4만9천800원)도 내놨다.

백화점 식품 담당자들은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회의를 잇달아 열며 추가 대책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상품 등장에도 기존에 백화점 선물세트에서 5만원 이상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이상 세트 비중이 85%를 차지했고 5만원 이하는 15%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우와 굴비는 5만원 이하 상품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언론에 나온 것처럼 5만원에 맞춰 굴비 한두 마리만 넣은 선물세트를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김영란법이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단기적인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권 판매에도 비상이 걸렸다.

선물비 제한으로 주력 권종인 10만원 이상 상품권 판매에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에서 지난해 추석에 5만원 이하 백화점 상품권(5천/1만/3만/5만원) 판매 건수 비중은 43%, 10만원 이상(10만/30만/50만원) 상품권 판매 건수 비중은 57% 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매출을 비교해 보면 상품권이 선물세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정도"라며 "상품권은 10만원권이 주력인데 선물비가 5만원으로 제한된 만큼 선물세트보다 더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 마지막 명절인 이번 추석을 향후 명절 선물 수요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소비심리를 지펴주는 첫 단추가 추석인데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이번 추석까지는 막판 수요가 몰려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내년 설과 추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백화점보다는 타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이하 상품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가공식품 선물세트 구색을 다양화하는 등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물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백화점에 몰렸던 선물 수요를 대형마트가 흡수할 지도 주목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에 5만원 이하 상품군이 다양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수십만 원짜리 고급선물을 사던 사람들이 대형마트의 5만원 이하 선물을 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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