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현지 자동차 제작사들에 배터리를 공급하던 한국의 삼성SDI와 LG화학이 지난달 중국 정부의 인증에서 탈락한 여파로 고객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업체로 LG화학의 배터리를 쓰는 상하이자동차(SAIC)는 올해 출시될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에 LG화학이 아닌 다른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영문판이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정부 인증을 받지 못한 이 회사의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보조금은 전기차 가격의 절반까지 차지한다.

차이신은 또 최대 전기차 버스 제작사 위퉁(Yutong·宇通)버스와 포톤(Foton·福田) 등 삼성SDI 고객사를 포함한 10개 로컬업체들이 배터리 인증이 보조금을 받는 필수조건으로 될지에 대해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장화이자동차(JAC)는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하던 프리미엄 전기차 iEV6s SUV의 생산을 중단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지난달 20일 57개 배터리 제작사에 인증을 줬지만, 외국 업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삼성SDI와 LG화학은 제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에서 탈락한 이유를 중국 정부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다음달께 있을 5차 심사에서 재신청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처음 발표한 배터리 모범기준은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이지만 보조금 지급 대상이 정부 인증업체로 한정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중국의 자동차 제작사들은 가격이 싸고 저장용량이 크며 성능이 좋은 한국과 일본 배터리업체를 선호해왔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올해 앞서 중국 정부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안전 우려를 들며 이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 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조치로도 타격을 입었다. 삼성과 LG는 NCM 배터리의 주요 생산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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