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제이슨 본’ 포스터 / 사진제공=UPI 코리아
영화 ‘제이슨 본’ 포스터 / 사진제공=UPI 코리아
“전부 기억한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지.”

9년 만에 돌아온 ‘본’ 시리즈의 신작 ‘제이슨 본'(감독 폴 그린그래스)을 관통하는 대사다. 본은 자신이 되찾은 기억의 배후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니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를 통해 알게 되고 CIA를 상대로 분전을 펼치게 된다.

역대 ‘본’ 시리즈가 그랬듯, CIA에 맞서는 본의 고군분투기는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화려하게 그려진다. 이번에는 5개국을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됐다. 양상도 비슷하다. 본은 시민들이 대거 몰린 집회나 시위 속에 있으며, CIA는 CCTV와 저격수를 이용해 그를 잡으려고 하고 그는 훌륭한 액션을 펼치며 도망가는 식이다. 그곳이 아테네가 됐든 런던이 됐든 그 전작을 답습하듯 흘러가는 액션 구조는 색다른 것을 기대하고 온 팬이나 일반 관객들에게는 자칫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다. 반대로, ‘본’ 시리즈 고유의 액션 시퀀스를 좋아하는 팬에게는 반갑게 다가올 터다.

회상신도 마치 카세트 테이프를 되감기 하는 것처럼 등장한다. 물론 존재 자체로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무기라는 점에서 제이슨 본이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에게 자신을 전례없는 무기로 만들었고 아버지와 연루된 과거의 사건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과거로 계속 돌아가는 장면은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려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제이슨 본’ 스틸컷 / 사진제공=UPI 코리아
영화 ‘제이슨 본’ 스틸컷 / 사진제공=UPI 코리아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 시리즈의 전통적 주제인 집단과 개인, 감시와 통제를 동시대적 이슈로 풀어냄으로써 변주를 꾀했다. 현시대가 고도의 정보화 사회로 개인 정보까지 디지털화되었다는 점에 착안해 갈수록 거대해지는 소셜 미디어 그룹의 규모와 영향력, 그에 따른 정부의 감시 문제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그 경계에 관한 논쟁은 바로 지금도 스크린 밖에서 전세계적으로 쟁쟁하게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감자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어준다.

이번 ‘본’ 시리즈의 백미는 단연 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라스베이거스 카체이싱 액션 시퀀스다. 엑스트라 차량만 150대, 스턴트 차량만 50대가 동원된 자동차 추격신과 액션신의 스케일과 스릴은 도로를 ‘쓸어버린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다. 차에 탄 채 도로에서 주차장으로 날아다니며 불이 붙는데도 기발한 방식으로 서로의 뒤를 쫓는 제이슨 본과 킬러(뱅상 카셀)의 추격은 뛰어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감독과 액션 카체이싱과 함께 흘러나오는 선율들과 ‘본’ 시리즈의 시그니처 송인 모비(Moby)의 ‘익스트림 웨이즈(Extreme Ways)’의 음악은 이를 더욱 섹시하게 완성한다.

‘제이슨 본’은 ‘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맷 데이먼이 ‘본 얼티메이텀'(2007) 이후로 9년 만에 주인공으로 귀환했을 뿐 아니라 줄리아 스타일스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비롯한 ‘본’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대거 합류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한껏 모은 작품이다. 하지만 창의력과 상상력이 결여된 액션신과 서사 구조는 단순히 팝콘 무비 그 이상을 기대했던 이들의 비판을 피하기에 역부족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적합한 블록버스터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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