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텐아시아와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텐아시아와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지금까진 극 중에서 주로 사랑을 받던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나?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반대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된 기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청아: ‘라이더스’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사랑을 받는 캐릭터였다. 정작 자신은 사랑에 관심도 없고, 여유도 없었던 친구였지만. 그런데 ‘뱀파이어 탐정’부터 외로움의 끝을 달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마음이 떠난 남자를 묶어두려고 질투와 욕망과 내보이는 요나를 연기하면서 삐뚤어진 사랑의 괴로움을 깨달았다. 설희를 하면서는 사랑을 주는 사람의 즐거움을 느꼈다. 정말 행복했다. 드라마가 끝나도 한동안 설희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10. 한설희 역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참고했던 부분이 있을까?
이청아: 사실 설희를 준비하면서 괜히 얄미웠던 친구를 벤치마킹을 했다. 그런데 설희로 살다 보니 왜 그런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알게 됐다.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고 해피 바이러스가 전염이 되거든. 난 항상 미안한 태도와 죄송하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있었는데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도 모두 기분 좋아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왜 그동안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10. ‘운빨로맨스’를 하면서 가장 감사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이청아: 지금까지 계속해서 파트너 복이 있었다. 내가 늘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인성을 가지고 있었고, 연기 욕심이 많은, 좋은 배우들이었다. 지금까지 좋은 현장을 계속해서 만나는 ‘운빨’이 있었던 것 같다. 설희를 하면서 감사했던 것은, 처음부터 현장 스태프들이 날 예뻐해 주셨다. ‘뱀파이어 탐정’을 하고 바로 ‘운빨로맨스’를 하게 돼서, 요나를 못 보내고 있었을 때였다. 순간 요나의 사나운 표정이 얼굴에 나오고 그랬다. 그래도 그때마다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날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 눈치가 빠른 편인데, 만약 ‘운빨로맨스’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날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면 연기에 영향이 미쳤을 것이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텐아시아와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텐아시아와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한설희는 이청아에게 정말 많은 것을 준 선물 같은 캐릭터인 것 같다.
이청아: 정말 설희한테 많은 걸 받았다. 전에 배종옥 선배님이 해준 한마디가 내게 큰 팁이 된 것이 있다. 당시 파트너인 김지석이 내게 “너 너무 예쁘다”라고 말하면 내가 “어우, 야”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배종옥 선배님이 내 연기를 보시더니 “왜 청아는 칭찬해주는데 그걸 부정해?”라고 물어보시는 거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지마~’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났는데 말이다. 선배님이 “주변에 정말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친구를 생각해봐”라고 말씀하시고 가셨다. 그날 남은 모든 신을 망쳤다.(웃음) 한설희처럼 연기했다면 선배님이 ‘바로 그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그래, 나 예뻐. 알아줘서 고마워’란 느낌으로 연기했을 테니 말이다. 겸손한 것과 자기를 깎아내리는 것은 다른데, 그 미묘한 차이를 깨닫게 해준 캐릭터가 설희다. 겸손하면서 당당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줬다.

‘꽃미남 라면가게’ 끝나고 한동안 캐릭터를 보내주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평소에도 너무 살기 편한 거다.(웃음) 설희도 좀 더 품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같이 있어도 피해 안 주고 좋은 아이니까.

10.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을 SNS에 수시로 적고 있더라.
이청아: ‘운빨로맨스’를 하면서 시작한 일이다. 내가 설희의 털털함과 싹싹함과 시원시원함을 닮았는데, 중요한 부분에서 나와 달랐다. 설희는 자기한테 칭찬을 해주는 아이였는데, 같은데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사람이더라. 한 번은 준비했던 연기가 현장 상황이 바뀌면서 잘 안 됐던 적이 있다. 물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못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자책했다. 그러다 갑자기 서러워서 막 울었다. 막 울다가 ‘진짜 설희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희는 왠지 ‘그래, 그게 최선이었어. 다음 신에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내가 남들한테 다정한데, 나한테는 굉장히 모질고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먼저 칭찬해줘야 내가 설희랑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찾아보기로 한거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다.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지금 이 순간 기록할 게 있다면?
이청아: 일단 지금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해야만 하는 것이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다. 어릴 때는 운동이 싫었다. 난 발레를 배우고 싶었는데, 아빠가 계속 검도를 하라고 하는 거다.(웃음) 그런데 20대에 작품을 많이 하면서 갑상선이 나빠져서 고생을 했던 시기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 했다. 병을 낫기 위해서 운동을 했던 것이 습관이 됐다. 성격도 점점 활발해졌다. 화가 나고, 짜증이 많아지면 헬스장에 간다. 체중도 유지하게 되고, 한번 땀을 흘리고 나면 긍정적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운동 말고는 중국어도 배우고 싶고, 영어공부를 좀 더 하고 싶고, 클라이밍도 해보고 싶다.

10. 최근에 SNS에서 tvN ‘바벨250’을 홍보한 걸 봤다. 남자친구 이기우를 정말 조심스럽게 응원하더라.(웃음) 한편으로는 역시 공개연애는 연예인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SNS 한 줄로도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니 말이다.
이청아: 처음 데뷔했을 땐 내 아버지가 연극배우라는 것을 감추려고 했었다. 아무래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고, 배우란 직업을 가진 이상 공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 때문에 피해를 줄까봐 조심스러웠고, 기왕이면 나로 인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배우는 백지 같아야 한다. 언제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캐릭터가 될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공개연애를 하면 같이 묶이게 되지 않느냐. 그것이 가장 감수해야할 부분이면서 극복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연애를 하는데, 조용하게 연애를 하고 싶다. 그게 제일 응원 받는 받는 것 같고.

10. 배우들 인터뷰를 읽는 것이 취미라고 들었다.
이청아: 뭔가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좋다.(웃음)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고 준비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메이킹 영상이나 좋아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를 읽는 게 정말 좋다. 마음에 드는 인터뷰는 캡처해놓고 계속 본다. 배종옥 선배님이 ‘질투는 나의 힘’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연기는 늘 언제나 힘들다. 매번 힘들고, 도대체 난 왜 못할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보기에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인데,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아 힘들었다는 그 얘기가 감동이었고 큰 힘이 됐다.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배종옥은 이청아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선배인 것 같다.
이청아: 나중에 같은 작품을 할 때 “선배님, 저는 왜 이렇게 연기를 못 할까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선배가 피식 웃으면서 “네가 지금 나만큼 하면 내가 얼마나 억울하겠니?”라고 말하시더라고. 그때 내가 ‘도둑심보’라는 걸 알았다. 그 이후로 내 마음이 제일 엉키고 힘들 때 배종옥 선배님을 찾는다. 나중에 나도 선배처럼 후배들한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되고 싶다.

10. 인터뷰를 할수록 이청아는 ‘사람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는다.
이청아: 배우란 직업이 자꾸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점점 참견하는 일이 많아진다. 어떻게 보면 좋은 거고, 어떻게 보면 귀찮은 건데.(웃음) 내가 더 사람들을 사랑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신께서 내게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하신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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