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지난 주말 총파업 투쟁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여의도 국회 앞, 서초동 삼성사옥 등에서 동시 집회를 열고 저녁에는 광화문에 모여 ‘2016 재벌개혁 시민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주최 측은 “재벌개혁 없이 노동자 서민의 삶이 개선될 수도 없고, 경제민주화 실현도 불가능하다”며 “재벌에 온갖 특혜를 퍼주면서 그들의 횡포를 막지 못한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재벌독식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날 행사를 보면 과연 이들이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행사 참석자 중 상당수는 파업 중인 현대·기아차 및 한국GM 노조 조합원이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이들은 대표적 재벌회사 근로자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언급했듯이 평균 연봉 9700만원에 자녀 세 명의 대학 등록금까지 받는 귀족노조, 재벌노조의 전형이다. 광화문 행사에는 유명가수들을 불렀고 500만원을 들여 전문 청소 용역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 집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집회 뒷정리 같은 허드렛일은 하청을 주면 그만이라는 귀족노조의 단면을 잘 보여준 대목이다.

그런 이들이 재벌독식 운운하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니 손가락으로 자기 눈을 찌르는 일이다. 재벌사 귀족노조로 누려온 고임금과 복지혜택을 반납하고 스스로 개혁 대상이 되겠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저지해 협력업체의 희생을 담보로 기득권을 더 키워보겠다는 탐욕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이중삼중으로 만들어 놓은 노동3법의 보호장치가 필요한지 의문스럽다.

이기권 장관 말마따나 상위 10%에 해당하는 소수 귀족노조의 파업은 90%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행위다. 재벌독식이 아니라 귀족노조의 독식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주말의 광화문 행사는 노동개혁이 왜 절실한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