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던지는 회계사가 크게 늘었다는 한경 보도다(7월21일자 A2면). 별로 좋은 대우가 아닌데도 일반기업이나 금융회사로 이직하는 회계사가 많다고 한다. 명문대생의 회계사 응시도 줄고 있다.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신통치 않은 게 주요 이유일 것이다. 대우조선 분식사태 등으로 주위 시선이 싸늘해져 전문직으로서의 자존감마저 추락 중이다.

회계사는 자본시장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부른다. 시장경제가 만들어 내는 가치 즉, 사회적 신뢰의 초석을 까는 전문 직업이다. 이들의 사기저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회계투명성지수 평가에서 조사대상 61개국 중 최하위로 추락한 것이 한국 회계의 현주소다. 설문조사라는 한계가 지적되지만, 개선의 조짐조차 없다는 면에서 변명거리를 찾기 어렵다.

회계업계는 낮은 감사수수료의 인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의 지난달 취임 일성도 ‘감사보수의 최저한 설정’이었다. 기업에 대해 ‘을’의 입장이다 보니 과당경쟁과 덤핑수주가 불가피하고, 이것이 부실감사의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해마다 1000명 가까이 배출되는 회계사 합격자 수를 줄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아마 모든 주장들이 그 나름의 타당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계업계로서는 자성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옳다.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조차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우조선 분식만 해도 그렇다. 공사진행률 조작이나, 흑자 속 마이너스 현금흐름의 지속은 분식회계의 전형적 징후인데도 감사인은 이 문제를 지적하지 못했다. IFRS가 도입되면서 재량적 회계 작성이 난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계사의 책무가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 직업에 대한 수요와 공급 양측의 불만이 쌓이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회계사의 전문가적 지식을 인정하지 않고 회계사들은 전문적 지식을 말하기에는 수임료가 너무 낮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가르쳐가며 외부감사를 받았다는 기업 측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돈이 되는 ‘컨설팅’을 따기 위해 부실회계장부를 눈감아 준다는 의구심도 공공연하다.

회계업계가 골병드는데도 당국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회계감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시장제도를 선진화하는 데 핵심적인 주제다. 회계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불만이다. 감사인이 불신받고 회계사들이 떠난다는 실정이라면, 더는 방치할 수 없다. 회계사 교육과 시험, 회계기준, 감사제도 등 회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